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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재곤의 스포츠 오딧세이> 선수 품위는 스스로 지켜야…
첫새벽을 서둘러 맞이한다. 첫차를 타고 출근해야만 한다. 정해진 시간보다 조금 여유롭게 승강장에 도착해서 지하철을 기다린다. 주위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만 나와 같은 입장임을 짐작할 뿐이다. 같은 시간, 같은 노선, 같은 칸에 타는 타인이 그래서 낯설지 않다. 동료의식이 들어, 채 식지 않은 도시락 냄새도 싫지 않다. 차창에 투영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른 하루를 시작한다. 이들이 과연 누구일까?

노년층에 접어든 세대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가장의 책무가 있어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발표와 같이, 우리나라는 70세가 넘어야 실질적인 은퇴에 접어들게 된다. 복지로 가는 길이 아직도 험난하다는 반증이다.

전문직 종사자는 이와는 다른 양상이다. 고소득자에 속하기에 준비된 정년을 나름 차분하게 맞이할 수 있다. 특히 스포츠 스타들의 돈벌이는 짧고 굵게 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4대(축구, 야구, 농구, 배구)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평균연봉이 1억 원 정도다. 직업 만족도와 사회인식도와 가족 만족도 모두 높게 나타나고 있다. 행복지수가 높은 상위 직업군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 높게 유지된다.

그런데 일부 선수들의 행동이 소득과 반비례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물질적인 여유는 있으나, 정신적인 가치판단의 기준이 동일소득 수준의 분별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간담을 서늘케 했던 승부조작사건을 비롯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음주운전과 도박사건이 잊어질만하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에 불거진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의 논란도, 소영웅주의에 따른 선민의식의 발로로 볼 수밖에 없다. 자신의 직분을 망각한 언행이 다수의 국민을 격앙케 했다. 사회적 규범에 대한 자각이 함량미달이었다.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프로구단은 벌금제도를 활용해서 정화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확실하게 근절시키진 못하고 있다. 발단은 과거 학교교육의 병폐로 인해 자행된 결과다. 오직 운동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개인에겐 독이 됐다. 사회적 현상에 대한 고찰이나 인문학적 소양을 함양할 최소한의 시기적인 배려와 관심이 미흡했다. 이 시점에 구단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기적으로 덕망 있는 인사를 초빙해서 경험을 나누고 변화를 이끄는 소양교육이 자체적으로 활성화돼야겠다.

빌딩을 청소하는 나이 지긋한 어떤 분은 젊은이들에게 그리도 정중하게 인사를 건넬 수가 없다. 그분이 뭐가 못나서 그리 하겠는가. 자신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겸손의 지혜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US오픈 우승자 ‘저스틴 로즈’의 우승소감은, 선수의 품위가 어떤 것인가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필 미켈슨이 딸의 졸업식에 참석하느라 시합 당일 3시간 전에 도착한 것을 안 그가 소감 첫머리에 미켈슨의 가족사랑에 대해 진심으로 존경과 경의를 표하는 장면 말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곧 자신의 품위와 인격을 나타내는 척도임을 그를 통해 다시금 알게 된다.

칼럼니스트/aricom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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