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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황해창> ‘풀뿌리 창조경제’
우연히 만난 천막 과일가게 두 청년에게서 난 분명히 느꼈고 또 보았다. 역발상과 거침없는 실천력, 그리고 소박한 배려를. 부디 초대박을 거두고 용기백배해 또 다른 미래지향적인 도전에 선뜻 나서 줬음 하는 맘 간절하다.


2박 3일 몇몇 내외가 어울려 가평 일대 산행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 갑자기 아내들이 찰옥수수 타령이다. 그런데 이런, 공교롭게도 현금 고갈. 현금인출기가 있을 여건도 아니다. 최선을 다해놓고 막판 헛발로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 상황.

가보는 대로 가보자며 20여분 달렸을까. 냉커피 오징어 술빵 옥수수를 파는 길섶 올드패션 트럭가게를 몇 곳이나 지나친 뒤에야 그물 천막을 둘러친 원두막형 과일가게가 나타났다. 우선 큼지막한 한 걸게 간판이 놀랍다. ‘카드 됩니다.’

진짜인가 싶은데 20대 중 후반의 두 청년이 웃음 가득한 까만 얼굴로 반긴다. 각종 제철 과일은 물론이고 찰옥수수에 어묵까지. 이런 데선 카드결제가 당연한 게 아니기에 감사할 따름이다.

염천 땡볕에 더 고맙고 반가운 것은 가게 앞 수도꼭지. 찬물이 쏟아지고 커다란 플라스틱 통엔 맑은 물이 넘친다. 퍼다 손도 씻고 세수도 할 수 있다. 땅속 깊은 지하수란다. 자세히 보니 맛보기 과일도 소담스럽게 담아놓았다. 바로 씻어 한 입씩 맛을 본다. 확 당기는 구매욕. 찰옥수수 한 봉지면 족하다더니 이 과일 저 과일 주섬주섬 담으며 넉넉한 표정을 짓는 아내들.

차 안에서 그 가게 칭찬이 이어진다. 동네 친구 사이라는 두 청년은 그랬을 것이다. 여름을 앞둔 어느 날,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이제 군대도 갔다 왔으니 판판 놀며 밥과 돈만 축내지 말고 철 한번 들어 보자고. 그래서 별나게 장사 한번 해보자고. 의기투합한 그들은 그길로 부모를 졸라 천막을 치고 인근 고향 밭에서 좋은 과일만 옮겨다 진열했을 것이고. 흐뭇한 모습에 그들의 아버지 역시 뜻을 모아 땅속 깊이 관을 꽂아 찬물을 펑펑 끌어올려 주었을 것이고.

정부가 엊그제 창의인재 육성 전략을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한마디로 ‘한국판 잡스’를 키우겠다는 것인데 왠지 공허하다. ‘5점프 전략 및 11개 추진과제’를 보면 숨이 턱턱 막힌다. 스펙으로 성공한 이들이 책상머리에서 내놓은 또 다른 스펙 같아 보인다. SW마이스터고(高)를 만들겠다면 서두를 것이지 내후년은 또 뭔가.

정부가 말하는 창조경제란 결국 무엇인가. 기발한 아이디어로 일자리도 얻고 크게 돈도 벌자는 것 아닌가. 나는 창조보다는 창의가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현장에서 그 답을 찾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다. 전국을 샅샅이 뒤져서라도 찾아보라. 펄펄뛰는 숭어 같은 창의적 사례는 얼마든지 널렸다. 이를 정책에 담아 확산시켜 보라.

개인적으로는 젊은이들이 도시로 몰려들지 않고 자기 터전에서 돈을 벌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가장 목마른 창조경제가 아닐까 싶다. 오늘날 독일의 추동력인 마이스터 제도처럼. 진정한 장인이 되고자 향촌기업에 영혼까지 오롯이 다 맡기고 애사심과 애향심으로 똘똘 뭉친 독일 청춘들.

우연히 만난 천막 과일가게 두 청년에게서 난 분명히 느꼈고 또 보았다. 역발상과 거침없는 실천력, 그리고 소박한 배려를. 부디 초대박을 거두고 용기백배해 또 다른 미래지향적인 도전에 선뜻 나서 줬음 하는 맘 간절하다. ‘풀뿌리 창조경제’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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