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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칼럼>‘Broken BRICs’-데이비드 전 KDB자산운용 공동대표
제가 시장을 보아온 이래 글로벌 금융 사회는 이머징 시장과 애증 관계를 지속해 왔습니다. 많은 인구와 빠른 경제성장은 이론적으로 투자자에게 쉽게 먹히는 제안입니다. 40%가 넘는 글로벌 인구, 겨우 20%정도의 글로벌 GDP 생산, 경제성장 속도가 두 배 이상 빠른 이 지역에 어떤 논리로 투자를 마다할 수 있을까요? 직관적으로 답이 나옵니다. 그러나 1980년대에 접어들어 이머징 마켓 투자의 역사는 큰 진폭을 보여줍니다. 최근 주요 이벤트만을 꼽아도 1980년대 남미 파산, 1990년대 초 멕시코 테킬라 위기 및 브라질의 하이퍼 인플레이션,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와 러시아 파산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머징마켓이 주는 잠재 수익의 매력은 여전했습니다. 글로벌 투자자는 지난 10년간 투자가 쉬워져 온 중국에 투자함으로써 다시 이머징마켓으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월가에서는 이머징마켓 투자 기회를 브릭스(BRICs)라는 단어로 재포장했습니다.

‘견고한 Solid’와 ‘짓기 Building’을 함축한 마케팅 전략은 투자자들에게 이머징마켓 투자는 성장에 대한 안전한 투자임을 암시했습니다. “만일 이 중국 회사가 중국인 1명당 1달러를 번다면 회사의 잠재적인 이익과 가치는 얼마나 클까”를 누군들 반박하겠습니까? 한국도 이머징 마켓의 이러한 ‘견고한 성장’얘기의 매력에 빠졌으며, 해외주식형펀드 투자의 80% 내외를 이머징 마켓 주식펀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머징마켓 채권 투자액도 수조 원에 이릅니다.

글로벌 경제와 시장에 관한 많은 시나리오를 놓고 보면 이머징마켓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선진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에 대한 궁극적인 출구 전략 시행과 지난 5년간 브릭스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신용 팽창을 자제하며 따르게 되는 고통은 이머징 국가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다년간 이머징마켓을 살펴보면서 얻은 교훈 중 하나는 잠재 수익만 보고 투자 결정을 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성공적인 이머징 투자의 핵심은 ‘리스크 분석, 리스크 배분, 리스크 관리’입니다. 리스크를 얼마나 신중하게 고민하는가에 달린 것이죠.

전형적인 리스크 종류에는 글로벌 경제사이클 리스크, 국내 민간 및 공공 부문 크레딧 사이클 리스크, 국가별 자산(Balance Sheet) 리스크, 외환 리스크, 거시경제(성장, 인플레)리스크와 정치 리스크가 있습니다. 현재 브릭스 국가들은 이런 전형적인 리스크를 거의 모두 갖고 있습니다. 브릭스 국가들의 경제 문제 대응능력은 지난 몇 년이래 매우 위태로워졌습니다. 선진국이 유발한 글로벌 유동성 파티도 부족해 브릭스 국가들은 자발적인 신용 및 유동성 남용을 더했습니다. 따라서 현재 이 나라들은 경제 둔화를 막기 위한 실탄이 전혀 없는 상황으로 금융정책, 재정정책 그 어떤 수단도 쓸 수 없게 됐습니다. 브라질이나 인도의 경우 거의 막판에 몰려있습니다. 브릭스는 허물어졌습니다.

이머징마켓 투자에 있어 처음과 마지막은 리스크 관리라는 점을 배우는데 저는 몇 년에 걸쳐 꽤 비싼 ‘수업료’를 냈습니다. 지금 현 시점에서 이머징 국가들의 잠재 수익 기회와 임박한 리스크를 비교해 보면 수익 전망보다 위험 고려가 더욱 압도적입니다. 매우 위험한 폭풍 구름이 형성되고 있으며 이머징 국가들 앞으로 매우 빨리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폭풍을 피할 곳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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