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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인도發 위기, 염려없다고 장담할 수 있나
인도발(發) 금융시장 위기가 심상치 않다. 주 통화인 루피(貨)와 주가에 이어 채권 값까지 폭락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루피와 주가는 최근 석 달 새 11% 이상 떨어졌고, 10년물 국채 금리는 20일 9.4%까지 뛰어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도만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조금 덜하다 뿐이지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다른 신흥국 사정도 엇비슷하다. 16년 전 아시아를 강타했던 외환위기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제기로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실제 블룸버그통신은 “얼마 전까지 유럽을 뒤덮었고, 4년 전 미국을 강타했던 태풍(위기)이 이제 신흥국을 향하고 있다”며 경고했다.

인도 등 신흥시장이 요동을 치는 것은 외국자금이 빠르게 이탈하기 때문이다. 값 싸게 조달돼 신흥시장으로 흘러간 달러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시화로 급격히 환류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미약하나마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늘어나는 자금 수요가 이탈을 부채질하고 있다. 인도 금융당국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자금을 붙잡기 위해 강력한 외환규제에 나서는 안간힘을 쓰지만 역부족이다. 기초체력이 허약해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 먹구름이 한국까지 덮칠지 여부다. 신흥국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워낙 거세 멀쩡하던 우리 금융시장도 이날 온종일 휘청거렸다. 코스피는 1.55%포인트 빠졌고, 외환시장에선 달러 대비 원화값이 5.2원이나 하락했다. 당분간 외환시장도 어느 정도 약세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에 일말의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러나 크게 염려할 정도는 아니라니 우선은 안심이 된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고, 경상수지도 꾸준히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방심은 금물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구체적으로 나오면 한국에도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 최근 금융시장 일각에서 ‘9월 위기설’이 나도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 경제는 특히 대외변수에 취약한 구조다. 금융 당국이 과도한 단기 외환 차입 자제를 금융사에 권고하는 등 예비적 조치에 착수했다지만 더 꼼꼼하게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대응계획도 다시 한 번 점검해 보기 바란다. 통화 스와프도 최대한 늘려놔야 한다. 1997년 겨울, 우리가 겪었던 위기의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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