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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명확한 좌표 설정 필요한 통일준비위
3년4개월 만에 어렵사리 재개됐던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모두 마무리됐다. 60여 년의 긴 기다림과 11시간의 짧은 만남, 그리고 또다시 기약 없는 이별…. 분단의 비극을 생생하게 증언하는 현장이었다. 이들의 한을 풀어주는 일이 남과 북에 얼마나 절실한 과제인지도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다. 이런저런 개선 방안들은 이미 제시된 바 있다. 그 가운데 접경지역 상시면회소 설치와 생사 확인, 서신 교환과 화상 상봉 등은 남북이 합의하면 당장이라도 시행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산가족의 비원(悲願)을 해결하는 가장 근복적인 대책은 남북통일을 앞당기는 것이다. 내년이면 남과 북이 분단된 지 70년이 된다. 또 6·25전쟁으로 이산가족의 비극이 시작된 지 65년이다. 그러나 지금 남북이 처한 현실은 혈육의 정조차 나눌 수 없을 정도로 꽉 막혀 있다. 서독은 1961년 베를린 장벽 구축으로 대두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했다. 1972년 이후 연평균 300여 만명의 서독인이 동독을, 140여 만명의 동독인이 서독을 찾을 정도로 인도적 교류가 활발했다.

이산가족 상봉이 마침표를 찍던 날,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1주년 담화를 통해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키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회를 통해 남북 간의 대화와 민간교류의 폭을 넓혀가고 통일 한반도의 청사진을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남북통일이 가져다 주는 경제적 혜택을 강조하며 ‘대박’이라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24년 전 독일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벼락처럼’ 통일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통일준비위는 통일의 기회가 어느 날 갑자기 닥쳤을 때 그것을 단숨에 잡아챌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통일준비위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외교ㆍ안보,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를 비롯한 다양한 계층이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통일 청사진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얻을 수 있다. 여야를 넘어선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은 기본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기존 통일 관련 기구와의 역할 중첩이다. 통일정책에 대한 대통령 자문을 담당하는 헌법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나 통일정책을 수행하는 통일부와의 관계 설정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준비위가 차별화된 업무와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공연한 업무 혼선으로 옥상옥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말 그대로 통일을 준비하는 명실상부한 기구가 될 수 있도록 좌표를 명확히 설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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