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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워크아웃 신청 팬택을 달리 봐야 할 이유
팬택이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2011년 12월 워크아웃에서 벗어난 지 2년2개월 만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에 도저히 독자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천문학적 연구개발비와 마케팅 비용, 몇 발짝씩 앞서가는 국내외 경쟁자들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3월 초쯤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채권단의 75% 이상 동의를 얻으면 워크아웃이 개시된다.

팬택은 지난해 3000억원가량의 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만도 1900억 적자였다. 4분기에 500억원 밑으로 손실을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재무구조 개선과 수익성 제고가 시급한 상황이다. 올 들어 1월과 2월 연속 흑자가 예상된다고 하지만 이후를 장담하긴 어렵다. 3월부터 이통사 보조금 규제가 들어가게 되면 자금이 달리는 팬택은 다시 힘들어진다. 어렵게 국내 점유율은 15%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실탄’ 부족으로 그 이상은 쉽지 않다.

팬택을 살릴지, 말지는 전적으로 채권단이 결정할 몫이다. 다만 팬택을 조금은 달리 봐야 할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팬택의 대주주는 끝까지 경영에 책임을 졌다. 창업주인 박병엽 전 부회장은 회사가 위기에 빠지자 모든 주식을 내놓았다. 감자로 이 주식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 지난해 9월 물러나기 직전까지도 퀄컴과 삼성전자에서 직접 수백억원의 자본을 유치해 팬택의 회생을 지원했다.

임직원들도 자발적인 구조조정으로 힘을 모았다. 지난해 4분기부터 해외 스마트폰 시장은 일시 포기하고 대신 국내시장에 올인하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전 직원의 3분의 1인 800명이 6개월 무급휴직을 했다. 중국이 탐내는 기술력도 팬택의 자산이다. 지난해 스마트폰 지문인식 기능을 처음 선보였다. 삼성에 앞서 5인치 스마트폰을 내놓는 등 기술혁신에 일조해 왔다. 2분기 중에는 메탈로 테두리를 입힌 아이언2 제품도 새롭게 내놓을 예정이다. 기술진도 큰 이탈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팬택은 벤처 지원 자금을 얻어 창업해 중소벤처→ 중견→ 대기업으로 성장한 몇 안 되는 성공 모델이었다. 그러기에 팬택의 좌초가 더 안타깝다. 창업만큼 수성도 중요하다. 팬택은 지금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채권단의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살릴 것이면 확실히 살리고, 그렇지 않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해 깨끗히 정리수순을 밟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만 어떤 경우라도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 헐값에 중국 등 해외로 팔려나가 부메랑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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