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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의사 권리보다 국민건강권이 더 먼저
의사들이 결국 파업 쪽으로 돌아섰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찬반 투표 결과 76.7%의 찬성으로 오는 10일 파업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의협의 집단휴진 결정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법에 따라 엄정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1주일간 의협과 정부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14년 만에 의료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의협의 총파업 결의는 뜻밖이다. 지난 1월 17일 보건복지부와 의료발전협의회를 구성해 수차례 협의 끝에 ‘원격 의료와 의료 법인 자회사 설립 허용은 제한적으로 시행한다는 데 합의했다. 또 건강보험 수가 문제는 복지부가 의료계 의견을 수렴해 개선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당시 의협 협상단은 합의 내용을 비상대책위원회에 보고해 추인까지 받았다. 그랬던 의협 지도부가 이전 합의를 뒤집고 총파업 투표를 강행한 것이다. 의협 지도부의 이런 갈팡질팡 리더십을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

실제 그런 분위기가 역력하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의사들이 느끼는 절박함이 크기 때문에 파업 참여도가 높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16개 시ㆍ도 의사회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등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개원의와 전공의, 지역별 경영환경, 세대별 이해관계가 엇갈려 파업에 중립적인 입장이 많다는 것이다. 대학병원 교수진과 전공의들의 파업 참여율도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업 ‘찬성’과 ‘참여’는 별개라는 얘기다. 내부 식구들조차 흔쾌히 따라나서지 않는 상황이라면 이미 파업동력을 상실한 셈임을 의협 지도부는 알아야 한다.

정부도 ‘총파업 찬성률 77%’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해 하루 4.5개꼴로 동네의원이 문을 닫았다. 지방은 더 심각해 울산 강원 충남 전남은 2012년에 폐업한 동네의원 숫자가 개업의원보다 많다. 원가에 못 미치는 건보 수가, 선택진료비 같은 비급여 진료 항목을 축소하겠다는 정책도 의사들 사기를 꺾는다.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진료와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 허용으로 의사세계의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정부는 의사들의 합리적 요구는 적극 수용한다는 자세로 의협과 더 진지하게 대화를 해야 한다. 여야 정치권도 중재자로 적극 나서야 한다.

의사들의 파업은 정부의 의료정책을 상대로 하는 것이지만 결국 그 피해는 애꿎은 환자들 몫이다. 의협은 2000년 의약분업 파업 때 국민과 환자들이 겪었던 불편과 고통을 떠올려 보기 바란다. 국민 건강권은 의사들의 직업적 권리를 앞서는 절대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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