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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 미 · 일 정상 ‘3國 3夢’
우여곡절 끝 6년만에 마주 앉지만…
오바마
시리아·크림서 이미지에 상처
韓·日 업고 리더십회복 기회로

박근혜
日겨냥 核분열물질금지조약 제기
재무장 저지 국제무대 공론화

아베
美 압박에 정상회담 수용 모양새
겉은 평화, 뒤론 전범국 탈색 노려

[헤이그(네덜란드)=홍성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오후(현지시간ㆍ한국시간 26일 새벽)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3국 정상회담’을 갖는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같은 호텔에 묵고 있지만, 회담은 오바마 대통령이 초청한 ‘제3의 장소’에서 이뤄지는 걸로 알려졌다. 3국 정상의 회담은 6년 만이다. 2008년 11월 이명박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머리를 맞댄 이후 세 나라 정상이 한 테이블에 앉은 적이 없다. 

한ㆍ미ㆍ일 3국의 셈법이 교집합을 찾아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만큼 관심이 집중된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아베 총리를 만나는 것이고, 한ㆍ일 정상 간 접촉은 22개월 만이다.

회동을 성사시킨 쪽 의 상황부터 살피면 판세가 읽힌다. 오바마 대통령이 각별히 공을 들였다. 그는 국제무대에서 사면초가다. 크림 반도를 합병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기습을 받았다.

러시아를 제재하자는 미국 요청은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러시아를 국제회의체에서 당분간 제외하는 ‘헤이그 선언’ 채택에 이르렀지만, 실제 고강도 제재가 취해질지 미지수다. 시리아 사태 해결이 난망하다는 점도 골칫거리다. 중동과 유럽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진 그가 기댈 곳은 결국 아시아밖에 없는 셈이다.

급부상 중인 중국 견제를 위해 천명한 ‘아시아 중심 축 외교(Pivot to Asia)’의 액션플랜을 달성하기 위해선 한ㆍ일의 도움이 긴요하다. 때문에 역사왜곡 문제로 갈등 중인 한ㆍ일 정상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냈다.

아베 총리는 ‘원포인트 포커 페이스’를 택해 회담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의 군국주의ㆍ우경화 움직임은 일관됐다. 최근 한국에 ‘고노담화 수정 의사 없음’이란 메시지를 보낸 건 3국 정상회담을 종용하는 미국의 압박(?) 때문이라는 추론이 있다. 그의 행보는 ‘구밀복검(口蜜腹劍)’을 떠올린다. 네덜란드에 도착한 아베는 암스테르담에 있는 나치 피해자 안네 프랑크 박물관을 찾아 세계평화에 대한 바람을 피력했다. 그러나 그의 측근들은 역사왜곡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과 별도로, 전범국이 아닌 보통국가로 탈색하려는 아베는 집단자위권 행사 범위를 어느 선까지 늘릴지도 요주의 사안이다.

박 대통령으로선 ‘미워도 다시 한 번’이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축과 북핵 문제 해결, ‘통일 대박론’ 실행을 위해선 역사왜곡ㆍ독도영유권 문제를 잠시 접어두고 아베 총리와 마주 앉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일찌감치 이번 회담 의제에서 한ㆍ일 간 과거사 문제는 제외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미ㆍ일이 핵심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한국 참여에 대한 동의를 구할 것으로도 전망된다. 한ㆍ미, 한ㆍEU 등 주요 경제권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은 TPP 참가로 경제영토 확장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일본에 마냥 인내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전날 개막한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개막식 선도 연설에서 ‘국제 핵안보 체제의 발전을 위한 4개항’을 제안하면서 “무기급 핵물질을 생산하지 않도록 하는 ‘핵분열물질생산금지조약(FMCT)’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FMCT는 2010년 협상이 시작된 이래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이 지적은 사실상 일본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핵분열물질’은 핵무기로 전용가능한 플루토늄을 지칭하고, 일본은 원자로ㆍ재처리 시설을 보유한 채 플루토늄을 대량 생산해 약 44t 이상 쌓아두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일본의 자체 핵무기 개발 가능성에 대해선 미ㆍ중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박 대통령이 이를 국제무대에서 공론화한 셈이다. 얽히고설킨 3국 간 외교적 이해관계 탓에 헤이그 정상회담은 만남 이후가 더 문제인 ‘3국(國) 3몽(夢)’이 될 것 같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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