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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무인기에 뚫린 영공, 군기부터 점검을
지난달 24일과 31일 경기도 파주와 서해 백령도에 잇따라 추락한 소형 무인기(無人機)가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비록 정찰용 무인기라지만 북한 항공기가 대한민국 심장부인 청와대와 최전방 서해 군사 요충지를 마음껏 휘젓고 다녔으니 그럴 만도 하다. 더 충격적인 것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우리 군의 방공 시스템이다. 무인기가 추락할 때까지 날아온 사실조차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방공망 구축과 제공권 장악을 위해 들인 수조원의 군 전력 강화 예산은 어디에 쓰였는지 모르겠다.

북한의 무인기가 그동안 얼마나 우리 영공을 돌아다녔는지는 알 도리는 없다. 다만 수시로 넘나들며 우리의 안방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 파주에 추락한 무인기에서는 대통령 관저 주변을 비롯한 주요 시설과 남침시 주 병력 이동 경로인 통일로를 따라 찍은 192장의 사진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4년 전 북한이 연평도를 공격할 때 포격이 정확했던 것은 이렇게 확보한 사진 자료가 토대가 됐다는 분석도 제기된 바 있다. 이것만 해도 모골이 송연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군 당국의 대처는 여전히 안이하다. 수도 서울의 방공망이 휑하니 뚫리는 심각한 상황이 당장 눈앞에 벌어졌는데도 무인기가 찍은 사진은 구글맵보다 못하다는 둥, 기술 수준이 낮다는 둥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게다가 이번 무인기는 크기가 워낙 작아 레이더망에 잡히지도 않았다는 변명은 구차하다 못해 측은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군이 할 얘기가 아니다.

물론 이번에 추락한 무인기의 수준은 낮은 것으로 판명됐다. 하지만 지금 북한이 확보하고 있는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해 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설령 기술 수준이 아직 초보 단계라 해도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이번에 떨어진 무인기에도 마음만 먹으면 고성능 폭탄이나 생화학 작용제를 얼마든지 탑재해 목표 지점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한다. 그게 인구가 밀집한 서울 수도권에 떨어지면 그 혼란은 어떻게 다 감당할 것인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경량 비행체를 포함한 철저한 무인기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군 당국은 저고도 비행물체를 탐지하는 레이더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늦었지만 그런 정도라도 우선 갖춰야 한다. 아울러 저고도 소형 비행체에 대한 요격 능력 제고와 장비 확충도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긴장의 끈을 한시도 놓지 않는 엄정한 군기 유지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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