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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잇단 국민銀 사고, 관료화 따른 관리부실 탓
KB국민은행에서 1조원 규모의 직원 사문서 위조 사건이 발생했다. 팀장이 부동산개발업자에게 9709억원 규모의 허위 입급증을 무더기로 발급해 주었다가 뒤늦게 적발된 것이다. 예금액이 없는 데 있는 것처럼 꾸미고 현금보관증까지 발급해 주었다고 한다. 은행 인감도 없이 팀장 개인도장으로 처리해 육안으로 쉽게 가짜 임을 구분할 수 있었는데 아무도 몰랐다.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110억여원대 주택채권 위조횡령 사고에 이어 일본 도쿄지점 5000억원대 부당대출 및 비자금 의혹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올해 초엔 1000만명 고객정보 유출 사건에 이어 이제는 직원 사문서 위조 사건까지 벌어졌다. 총제적 난국이 아닐 수 없다. 왜 유독 국민은행에서만 이런 대형 사고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는 것일까. 비대하고 관료화된 조직에서 오는 내부 통제 및 관리 시스템의 부재로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KB국민은행은 1998년 대동ㆍ장기신용은행 인수, 2001년 주택은행과의 합병을 거쳐 국내 최대 은행이 됐다. 직원만 2만1700명에 이르고 국내 최대 규모 자산을 자랑하는 리딩 뱅크다. 그런데 최근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 없다.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8197억원에 그쳤다. 금융위기 전 1억원을 웃돌던 인당 생산성이 3778만원에 불과하다. 직원 평균 연봉 800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국내 5대 은행 중 꼴찌 수준이다. CEO와 직원 연봉 간 격차는 15배에 이르고, 남여 직원간 급여 차는 주요은행 중 가장 크다.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다.

외형을 키우는 데는 성공했을 지 모르나 효율적인 구조조정과 인력재배치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화학적 통합도 더뎌 이질적 기업문화를 하나로 만들지 못했다. 시스템 통합도 미흡했다. 인사 때 마다 줄서기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오죽했으면 70~80년대나 있을 법한 ‘인사청탁 근절’이란 단어가 최근 만들어진 ‘조직문화쇄신안’에 중요 키워드로 등장했을까. 총체적인 부실 속에 숨겨져 있던 문제점들이 하나 둘 씩 터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행에 지금 시급한 것은 조급하게 ‘1등 은행’으로 덩치만 키우기 보다 조직 내부를 추스리는 일이다. 내부 감사를 대폭 강화하고 조직의 통합 및 효율성을 높일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지주 회장부터 은행장, 직원에 이르기까지 책임감과 팀워크로 재무장해야 해야 할 것이다. 내실 없이 덩치만 키우려다간 비만한 공룡의 전철을 밟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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