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수정) 학대받는 아동 이웃과 사회가 지켜줘야
‘경북 칠곡 계모 사건’이 우리를 한 없이 부끄럽게 한다. 계모가 어린 자매를 학대하고, 발길질로 여덟살 동생을 죽인 것도 모자라 열두살 언니에게 그 죄를 뒤집어 씌웠다. 천인공노할 일이다. 죽어가는 동생을 지켜보고, 계모의 겁박에 누명까지 쓴 이 아이는 극도의 공포와 절망감에 휩싸이는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수 차례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누구도 그 손을 제대로 잡아주지 않았다. 오죽하면 그 트라우마로 열두살 아이가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을까. 주변에서 조금만 더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
계모 폭행으로 부러진 갈비뼈에 찔려 여자 아이가 숨진 울산사건의 잔영이 채 가시기도 전 비슷한 사건이 또 터졌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아동학대에 대처하는 사회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일선 경찰의 문제다. 언니는 동생이 죽기 1년 전쯤 부모가 때린다고 파출소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예사로 들었다. 계모가 아이를 협박해 넘어져 생긴 상처라고 거짓말을 하자 순순히 아이를 돌려보냈다. 이후 아이에 대한 계모의 학대는 더 잔인했을 게 뻔하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담임 교사는 얼굴과 가슴 등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아이를 보고 학대를 의심하며 아동보호센터에 신고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학교는 아이의 옷을 벗기지 말라는 아버지의 항의 전화에 더 이상 학대 징후를 관찰하지 않았다. 아동보호기관 신고는 결국 책임 전가 수단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학교는 부모의 말만 들을 게 아니라 경찰에 아동학대 신고를 했어야 마땅했다.
검찰과 재판부도 아이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재판이 진행중인데도 계모와 함께 지내도록 내버려뒀다. 아이가 거짓 진술을 강요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면 법을 다룰 자격이 없다. 계모의 손아귀를 벗어나서야 아이는 비로소 “아줌마를 사형시켜야 한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아이의 진심에 누구도 귀를 귀울이지 않았던 것이다.
자기 방어능력이 없는 아이를 학대하는 것은 중대 범죄다. 미국에선 아동학대가 신고되면 즉시 보호기관의 조사가 이뤄지고 무죄가 입증될 때까지 격리 보호한다. 또 학대가 확인되면 즉각 친권을 제한한다. 반면 우리는 부모가 친권을 내세우면 아이를 돌려줄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칠곡ㆍ울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가 보완돼야 한다. 아동보호기관에 대한 정부차원의 투자도 더 확대해야 한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