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의미있는 KT와 씨티은행의 구조조정
국내 최대 통신기업인 KT가 명예퇴직을 받는 형식으로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간다고 8일 밝혔다. 전체 인원의 20%인 6000명 선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하는 등 직면한 경영위기 타개가 가장 큰 이유다. 노조도 군말없이 합의했다. 노사 모두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씨티은행이 직원 14%를 줄인다는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았다. 핵심은 두 기업 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 해소다.

공기업으로 출발한 KT의 인력구조는 여전히 방만하다. 본사 인원만 무려 3만2000명선에 15년차 이상 장기 근무자가 전체의 73%나 된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SK텔레콤의 4200명, LG유플러스의 6500명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인력은 8배 가까이 차이나는데도 매출 규모는 KT 14조2600억원, SK텔레콤 12조8600억원으로 엇비슷하다. 물론 한국통신의 유선통신 사업을 이어받은 KT와 무선통신 사업체로 출발한 경쟁사들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한 사람당 생산성이 6배의 차이가 난다면 얘기가 다르다.

늙고 비대한 조직을 슬림화 하지 않으면 미래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절박함이 KT의 구조조정에 담긴 메시지다. 이 대목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공기업 개혁에도 그대로 적용돼야할 부분이다. 공기업 개혁은 복지비용 몇 푼을 줄이는 것으로 끝내려는 꼼수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그럴 일이 아니다. 방만하고 비대한 인력 구조를 혁신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궁극적 목표다. 적어도 KT가 하는 만큼 공기업들도 움직여야 한다. 노조와 적당히 타협하고 뒷거래하는 낙하산 CEO로는 어렵다.

씨티은행의 구조조정은 저비용 고효율 구조 개선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씨티은행은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190개 점포 가운데 30% 가까운 56개를 줄일 계획이다. 최근 국내 금융기관의 경영실적은 이익이 반토막 나는 등 최악의 수준이다. 그런데도 국내 은행들은 되레 몸집을 불리고 우물안 외형 경쟁에 몰두하며, 고임금 잔치를 벌여왔다. 뒤늦게 몸집을 줄이려 해도 노조 눈치를 보느라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다.

공기업과 금융기관, 특히 은행의 최대 과제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다.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미래 사업모델 확보는 곧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그러나 여전히 현실에 안주하고 제 밥그릇만 끼고 도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뼈를 깎는 개혁과 구조조정이 정작 필요한 곳은 공기업과 은행들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