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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증거조작, 국정원장 사과로 끝날 일인가
결국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었다. 국가정보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그렇다는 것이다. 검찰은 간첩사건 수사팀장인 국정원 3급 간부를 ‘몸통’으로 지목했다. 이번 사건으로 국정원의 비도덕성과 무능함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더욱이 정보기관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정보인적 네트워크가 노출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정보기관의 존립 근거를 흔드는 일대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일개 팀장이 모두 주도했을 뿐 원장은 물론 고위 간부들은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게 검찰 결론인 셈이다. 이를 납득할 국민들이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하다.

누가 봐도 ‘눈가리고 아웅’이란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간첩사건 증거조작 파문이 불거지자 한 점 의혹없이 철저히 수사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그러나 검찰은 처음부터 ‘철저히’ 수사할 의지가 있기는 했는지 묻고 싶다. 검찰은 기소된 수사팀장 윗선인 대공담당 부국장과 국장을 ‘조사’했다. 하지만 시늉에 그친 듯한 모습이 역력하다. 남재준 원장에 대해서는 그 흔한 서면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이러니 검찰이 처음부터 일정한 선을 그어놓고 수사를 한 것이란 의혹과 비난이 쏟아지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증거를 조작했는지 여부를 따지고 책임을 묻는 게 아니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는 게 본질이고 핵심이다. 간첩 혐의자의 증거 하나 제대로 확보 못해 조작하다 들통이 나고, 목숨을 걸고 비밀 활동해 온 요원과 정보 제공자들의 신원이 공개됐다. 정보기관의 보루가 무너진 것이다. 이제 누가 목숨을 걸고 국익을 위해 정보 일선에 나설 것인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국정원 말은 믿기 어렵게 됐다. 이 지경이 됐는데도 원장은 아무 잘못도 책임도 없다면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신뢰받는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남 원장의 15일 대국민 사과는 오히려 실망스럽다. 이렇게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과를 넘어 국정원의 총체적 부실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분명히 보였어야 했다. 결론은 국정원 개혁뿐이다. 간첩 증거조작 사태는 그 당위성을 거듭 일깨우고 있다. 그러나 지금 국정원은 스스로 개혁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 국가 정보기관을 새로 세운다는 각오로 개혁팀을 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은 필수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개혁 의지가 관건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국정원 신뢰는 영원히 회복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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