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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백혈병 논란’ 삼성다운 확실한 매듭을
7년여를 끌었던 삼성전자 반도체·LCD 공장 직원의 ‘산재성 사망’ 피해보상 관련 갈등에 돌파구가 열릴 조짐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피해자 구제 중재안에 삼성전자가 진지한 검토를 약속하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 것이다. 기흥 반도체공장 직원 황유미 씨가 2007년 3월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불거진 책임과 보상 논란에 대한 첫 공식 입장이라 주목을 끈다.

삼성전자가 이제까지 사태 해결 노력을 마냥 외면했던 것은 아니다. 인도적 차원의 노력과 함께 반도체 제조공정의 위험물질 조사와 건강연구소 설립 등 성의를 보여 왔다. 퇴직 후 암투병하는 반도체 및 LCD 임직원 지원 방안도 내놓은 바 있다. 피해자모임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도 지난해 초부터 협상을 진행해 왔다. 다섯 차례 실무협의에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처음 본협상까지 가졌다. 그렇지만 삼성 측이 법적 효력을 보장할 피해자 위임장을 요구하면서 틀어져 1년 동안 답보 상태였다.

유족들은 사랑하는 아들 딸의 죽음 앞에서 격해지게 마련이다. 거대 삼성에 맞설 힘이 없어 3자에 도움을 청할 수 밖에 없었을테고, 이 과정에서 일부 무리한 요구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감정적인 유가족들에게 삼성은 예의 근거와 증거주의로 일관했다. 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대, 미국 인바이론사 등의 조사의뢰 결과를 내밀며 작업환경과 백혈병과는 아무 상관없다고 일축했다. 그리고는 유족들과 쉬쉬하며 건건으로 보상문제를 대응하려 했다.

이제 삼성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중요하다. 회사측에서 일단 선의의 해결책을 시사한 만큼, 유가족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과관계가 있든 없든 ’삼성 가족’으로 일하다가 피해를 입었다면 당연한 수순이다. 그리고 인과관계 증명이나 보상 해결책을 찾으면 된다. 그래야 삼성답다. 제2, 제3의 황유미 혹은 무작정 보상요구가 우려되겠지만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 엄격히 심사해 공개하면 될 일이다.

피해가족의 위임장을 전제로 반올림을 포함한 3자팀을 구성해 사망 인과관계 정밀 조사 및 보상협상을 벌이는 한편으로 관련 공정의 위해성 여부도 다시 점검하길 바란다. 이미 피해 제보자가 200명에 이르고 7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모든 죽음이 삼성전자 탓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삼성전자는 한 해 직원 복지에 쓰는 돈이 수조원에 이르는 ‘복지기업’이다. 품 안의 가족 만큼이나 이런 선의의 피해자들을 잘 보듬어야 좋은 기업이다. 모든 것을 깨끗하게 털고 가는 삼성다운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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