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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공직자 무사안일 부끄러운 줄 알아야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응하는 공직 사회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 행태에 단단히 뿔이 났다. 박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비서관회의에서 “자리 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은 우리 정부에서 반드시 퇴출시킬 것”이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국민이 공무원을 불신하고 책임행정을 못한다면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모진 말까지 했다. 관료를 비교적 중용하는 박 대통령으로선 이례적인 발언이다. 그만큼 세월호 사고와 대응 과정에서 보인 공무원들의 무능과 안이한 행태에 실망이 컸다는 것이다.

실 시간으로 사건 현장을 지켜본 국민들 누구나 정부와 관료들의 미숙한 대응이 답답하고 안타까웠을 것이다. 초동단계에서부터 생존자 구출, 실종자 수색 등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었다. 컨트롤 타워도 없이 우왕좌왕하다 실종자 생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골든 타임’을 흘려보냈다. 사고가 난 뒤 5시간이 지나서야 잠수부가 투입됐고, 생존자를 위한 공기주입은 50시간이 지난 뒤에야 가능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됐지만 탑승자 수를 파악에만 며칠씩 걸릴 정도였으니 더 말할 게 없다. 사고 현장인 팽목항에는 정부 각 부처 및 기관과 구조 관계자들이 북적거리기만 했을 뿐, 체계적인 구조활동과 수습 전략은 보이지 않았다. 심신이 지칠대로 지친 실종자 가족들은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 진도-목포-안산을 오가야 했다. 그런데도 책임있게 답변해주는 공무원은 아무도 없었다. 오죽하면 피해자 가족들이 청와대로 가려했겠는가.

더 가관인 것은 관련 당국의 이른바 ‘대책 회의’다. 교육부는 이번 참사와 관련해 17개 시도 교육청 교육국장회의를 열었다. 학생들의 현장체험학습 안전을 재점검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고작 나온 결론이 수학여행 금지다. 세월호 사고로 수학여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런 교육적 검토나 고민도 없이 그저 ‘금지’라는 규제의 칼만 뽑아드는 교육당국이라면 박 대통령의 말이 아니더라도 ‘존재의 이유’가 없다. 하긴 이번만이 아니다.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고교생 숨지는 사고가 나자 사설 캠프 금지하고, 예비대학생 오리엔테이션 중 참사가 일어나면 오리엔테이션 금지다. 매사가 이런 식이다. 존재해도 존재감이 없다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직사회의 안일과 복지부동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그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모든 공무원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공직자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생명보다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게 공직자의 존재 이유다. 그렇지 않다면 더 이상 자리를 지켜선 안된다.

박 대통령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권을 넘어 국가 진운을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공직사회의 무사안일을 차제에 뿌리 뽑아야 한다. 공직사회가 제 자리를 찾지 못하면 우리 사회 전반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가장 시급한 곳이 공직사회다. 이젠 국민들이 용납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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