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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세월호 한달…대통령담화 수습 전환점돼야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첫 국회 현안보고가 14일 진행됐다. 여야 의원들은 벌건 대낮에 300 여명의 생명이 차가운 바닷속에 잠기는 것을 빤히 보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 정부에 ‘피를 토하는’ 분노를 쏟아냈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은 꽃다운 아이들을 잃은 어머니의 심정을 대변하듯 눈물을 쏟으며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을 질타했다. 참사 초기 상황을 돌이킬 때마다 울화가 치밀고 분통이 터졌고, 한(恨)으로 남을 미숙한 초동대응을 문책할 때는 온 국민이 같이 분노하고 눈물을 흘렸다.

연세대 교수 131명은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이날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우리가 목격한 것은 국가라는 제도의 침몰과 책임의식이라는 윤리와 양심의 침몰이었다. 무기력한 국가와 황폐해진 사회의 실상이 여지없이 드러난 세월호의 비극을 전 국민적인 참회와 반성의 계기로 삼기를 제안한다”는 성명을 냈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소속 교수 179명도 성명을 통해 “권력 누리기에만 골몰하는 정치권과 관료,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과 시장, 타인을 존중할 줄 모르는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이 뒤엉킨 결과”라고 이번 참사를 진단했다. 지성의 상징인 교수들이 독재시대에나 볼 수 있는 시국 성명서를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박근혜 정부는 준엄하게 이 사태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어떤 정부도 천재(天災)든, 인재(人災)든 모든 대형 참사를 완벽하게 피해갈 도리는 없다.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미국도 경제 수도인 뉴욕의 심장부가 한순간에 뚫리는 9·11 테러를 당했다. 재난에 가장 강한 일본 역시 쓰나미가 후쿠시마 원전을 덮쳤을 때 초동대처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9·11 테러는 지금 많은 나라들이 참사가 터질때 마다 가장 모범적인 재난 컨트롤타워를 구축한 사례로 벤치마킹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초대형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동부 연안을 강타했을 때 철저한 사전 대비와 대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도 9·11의 참담한 실패를 딛고 구축한 안전시스템이 위력을 발휘한 덕분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됐다. 아직도 20여 명의 실종자가 가족 품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진도 팽목항에서는 “제발 꺼내만 줘요, 안아볼 수 있게”라는 가족들의 외침이 국민들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박 대통령이 조만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對)국민 담화를 발표한다고 한다. 또 한번의 사과와 함께 국가재난마스터플랜, 관피아 척결을 비롯한 공직사회 혁신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실종자 유가족의 상처를 보듬으려면 일방통행식 담화여선 안된다. 국민들의 생각을 전하고 대통령이 답변하는 쌍방향 방식이 돼야 한다. 가급적이면 유가족, 일반국민, 시민단체, 정치권이 모두 참여하는 ‘국민과의 대화’ 형식으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대통령의 진정성이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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