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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원화값 강세 ‘내수 진작에는 藥’ 역발상 필요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외환 당국의 저지선으로 알려진 달러당 1020원 선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환율은 5년10개월 만에 처음으로 1017원대로 떨어졌다가 상승해 1020원 선을 간신히 지켰다. 외환당국의 미세조정 수준 개입이 없었다면 1020원대가 붕괴됐을 것이란 게 시장의 분석이다.

최근 원화값의 급격한 오름세는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 부진에 따른 달러화 약세 탓이라고는 하지만 그 보다는 구조적 요인이 더 크다. 26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고, 외환보유액도 3558억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다. 상반기 외국인직접투자가 100억달러를 상회하고 올들어 외국인 주식 순매수 규모도 1조2096억원에 달하는 등 지속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쏟아져 들어오는 달러는 원화 강세가 돌이킬 수 없는 추세임을 확인해 준다. 시장에서는 심리적 저지전인 1020원 선이 무너지면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달러당 1000원 선도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연내에 900원대의 세자릿수 환율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2008년 7월11일 이후 단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영역이다.

해외생산 증가, 중간재 수입 확대, 결제수단 다변화 등으로 수출의 환율 민감도가 낮아지긴 했지만 국내 총생산의 57%를 수출에 의존하기에 환율 변동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에 촉각을 세우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속도와 폭이다. 너무 빠르게 환율이 변동하면 상대적으로 유연성이 떨어지는 중소·중견기업들은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외환당국의 기술적 미세조정 개입이 필요한 이유다.

차제에 원화 절상은 우리 경제에 악(惡) 이라는 도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해외시장에서 원화의 구매력이 높아진 만큼 원화 강세를 내수 진작의 전기로 삼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도 출범 초 ‘수출과 내수’의 균형성장을 내세우지 않았던가. 한국의 무역규모 1조달러 가운데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게 수입이다. 원화값 상승으로 외국 상품과 서비스의 값이 싸지면 가계의 소비 여력은 그만큼 커진다.

내수 부진은 한편으로 경상수지 흑자의 건강성을 해치는 요인이 된다. 내수침체→수입감소→경상수지 흑자→ 환율하락 →수출 감소라는 불황형 흑자 구조의 고리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원화 강세로 수출이 주춤해지는 몫은 민간 소비 증대로 메우겠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환율 파고에 대처한다면 우리 경제의 체질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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