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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정도전의 국무총리론
흔히 총리를 가리켜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 한다. 조선시대 영의정의 위상을 빗댄 말이다. 영의정은 재상 또는 정승이라고도 불렸다. ‘재상정치’의 초석을 놓은 이가 바로 조선개국의 주역 정도전이다. 지난 주말 방영된 KBS 사극 ‘정도전’에서는 재상정치가 핵심 이슈로 등장했다. “조선은 임금이 다스리는 나라가 아니다. 임금은 맡기고 재상은 다스려야 한다”. 정도전이 ‘왕권강화의 화신’ 이방원 앞에서 이같은 선언을 하자 정국은 소용돌이친다.

정도전은 경제문감(經濟文鑑)에서 재상의 소임을 정기(正己), 격군(格君), 지인(知人), 처사(處事) 네 가지로 정리했다. 정기는 자신의 몸을 바르게 하는 것이고, 격군은 임금을 바르게 하는 것이다. 임금을 도(道)로 이끌고, 옳은 것은 하고 그른 것은 바꾸며 도리를 굽혀 비위를 맞추지 않아야 한다. 지인은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다. 강명·정직한 인물 가려 뽑기, 어진 이를 나오게 하고 간사함을 물리치기, 천하의 인재에게 널리 묻기 등이 필요한 덕목이다. 처사는 일을 잘 처리하는 것이다. “한 가지라도 실수가 있게 되면 환란이 일어난다. 옛말에 일을 잘 처리하는 자는 반드시 기미가 있는 곳을 삼갔으니 쉬운 데서 어려움을 도모하고, 미세한 것에서 큰 것을 했다”고 썼다.


이같은 재상의 자질은 오늘날 우리가 총리에게 바라는 모든 게 담겨 있는 듯하다. 만기친람 대통령 앞에서 소신을 펼 수 있는 강직한 총리, ‘관피아’의 적폐를 쓸어낼 수 있는 개혁적 총리, 세월호 트라우마에 상처받은 국민을 보듬는 소통형 총리, 효율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내각을 조직하고 이끄는 책임총리 대망론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국민적 희망을 채워주는 총리 인선을 해낼지 주목된다. 

문호진 논설위원/m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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