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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전관예우에 낙마한 ‘안대희 교훈’ 벌써 잊었나
‘국가 대개조’라는 거창한 슬로건까지 내걸고 관(官)피아, 법(法)피아를 반드시 척결하겠다던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은 거짓이었다. 안전행정부가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세무사에 대한 취업심사 예외조항을 그대로 남겨둔 채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이다. 국민검사라던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관예우의 덫에 걸려 후보직을 사퇴한 게 불과 2주 전이거늘, 국민적 열망을 깔아뭉개는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행 4급 이상 퇴직 공무원은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취업 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받아야 한다. 취업 예정기업 사이에 직무 연관성이 발견되면 취업이 제한되는 강력한 규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각종 기득권층의 적폐 사례가 적발되자 정부는 빠져 있던 변호사 등 특수직까지 포함시켜 이번 개정안에서 예외없이 전관예우 금지 원칙을 적용시키겠다고 거듭 천명해 왔다. 그런데 그 예외조항을 그대로 두고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개혁총리, 책임총리 얘기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정치인 총리설이 나돌더니 이제는 전관예우 금지까지 없었던 일로 하자니 국민들의 배신감은 하늘을 찌른다. ‘눈물흘리며 말할 때 이번에는 믿었는데…’, ‘장담한다. 절대 근절 못시킨다’, ‘항상 탈출구부터 만들어 놓는 ×들’, ‘국회의원들도 청문회 세우자’ 하는 비난이 줄을 잇고 있다. 법피아, 세(稅)피아 등을 빼고 무슨 관피아를 척결하고 전관예우를 뿌리뽑겠다는 것인지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한다.

대통령의 손발이 돼야 할 안행부가 이런 후안무치한 결정을 내린 것은 대통령의 의지를 망각해서 인가, 아니면 국민을 무시해서 인가. 무결점 법조인으로 기대를 모았던 안대희 총리 후보도 변호사 개업 직후 전관예우로 수임받은 십수억원 때문에 불명예 퇴진을 해야 했다. 그대로 전관예우 예외조항을 둔다는 것은 안 후보자는 물론 예외없이 취업심사를 받아야 하는 고위 공직자들과의 형평성 문제 뿐만 아니라 사회정의 차원에서도 옳지 않다.

국민들은 지난 해 같은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야당 발의로 제출되었을 때 대법원과 법무부, 국세청 등이 반대해 법개정이 좌절되었던 사실을 기억한다. 혹시 이번 것도 정치권이나 법조계의 외압에 의한 결과라면 국민들은 더욱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안행부는 당장 입법예고안을 수정하고 국회와 정치권도 이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대통령은 안행부에도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전관예우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게 나라 바로 세우기의 첫 단추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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