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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위기의 KB금융, 낙하산부터 불살라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동반 퇴진 위기에 몰렸다. 금융감독원이 두 사람에게 중징계 방침을 사전 통보한 것이다. 이달 26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되겠지만 두 사람은 중징계에 속하는 문책경고를 받을 게 확실해 보인다.

최근 KB금융은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국민카드와 국민은행 고객정보가 대량 유출된 것을 비롯해 도쿄지점 불법대출, 본사 직원에 의한 거액의 채권 횡령 및 위조 사건 등이 잇달아 불거졌다. 그 와중에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볼썽사나운 내분 사태까지 벌어졌다. 금융당국이 이에 대한 책임을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엄중히 물은 것이다. 이전에도 KB금융 최고 경영자에 대한 징계가 있었지만 지주회장과 은행장이 동시에 제재를 받기는 처음이다. 당사자와 해당 금융기관은 물론 한국 금융업계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큰 망신을 당했다.

중징계가 확정되면 두 사람은 일단 연임을 할 수 없다. 문책경고를 받을 경우 3년간 금융기관 임원 선임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는 그만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신호로 보는 게 맞다. 과거에도 문책을 받은 금융기관 최고 경영자들은 대개 ‘일신상 이유’를 들어 자진 사퇴했던 전력이 있다. 리더십을 상실한 상태에서 자리를 지켜봐야 영(令)이 서지 않는다.

국민은행을 대표기업으로 하는 KB금융그룹은 자타가 인정하는 국내 최대, 최고 금융기관이었다. 그랬던 KB금융이 언제부터인가 사고뭉 은행으로 전락했다. 덩치만 컸지 국제경쟁력도 미래 비전도 없는 초식 공룡으로 변한 것이다. 리딩뱅크 국민은행이 이 지경이 된 원인은 한 두가지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후진적 지배 구조와 낙하산 인사가 그 대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지주회사 회장과 은행장이 다른 줄을 타고 넘어오니 주도권 다툼이 상시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니 직원들은 은행의 힘을 키우기 보다 새 낙하산 추이와 ‘줄서기’에 역량을 기울이는 것이다. 이런 판에 내부 관리 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리 없다. 사고가 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징계가 통보된 시각에 국회에선 금융 낙하산 인사 문제점을 따져보는 토론회가 열렸다. 전문성이 없는 경영진마저 수시로 바뀌다 보니 장기적 경영 전략은 없고, 내부 갈등만 고조된다는 지적이 눈에 띈다. 전문성과 리더십을 고루 갖춘 적임자를 찾아 KB금융을 쇄신하고 신뢰받는 은행으로 되돌려놓는 게 시급하다. 금융기관마저 정권의 전리품이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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