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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깜짝 총리’ 에 거는 기대와 우려
박근혜 대통령이 새 국무총리 후보에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지명했다. 국가정보원장에는 이병기 주(駐) 일본 대사를 내정했다. 일단 인사의 외양으로 보면 긍정적 평가를 내릴만 하다. 문 총리 후보자는 35년 외길 언론인의 길을 걸어왔다. ‘좌(左) 장군-우(右) 율사-중(中) 관료’ 라는 박 대통령의 인재 풀이 다소 넓어진 셈이다. 지역적으로도 충청(청주) 출신을 발탁함으로써 PK(부산ㆍ경남)가 정부와 청와대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구도에서 벗어났다. 이 국정원장 후보자는 대통령 의전 수석과 안기부 2차장을 역임하면서 외교와 안보 감각을 갖춘데다 군(軍) 출신의 경직된 안보관을 탈피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문 총리 후보자에게 거는 기대감은 “언론인의 냉철한 비판의식과 합리적 대안을 통해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바로잡을 적임자”라는 청와대 대변인의 인선배경 설명과 다르지 않다. 문 후보자는 국민의 편에서 권력 감시와 비판을 사명으로 하는 ‘워치 독(Watch Dog)’으로 평생을 살아온 기자 출신이어서 분명 국가 개조에 일조할 수 있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쓴 소리’와 훈수를 능사로 하던 사람이 국가적 난제를 풀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별개로 철저한 검증을 통해 확인해볼 대목이다. 우리는 역대 정권 마다 학자 출신을 총리 또는 장관으로 발탁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예가 많다. 관료 사회를 장악하지 못하고 거꾸로 관료들에게 휘둘렸기 때문이다. 세월호 이후 총리는 역대 총리와 달라야 한다는 게 국민적 요구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신설되는 국가안전처와 인사혁신처를 가동해 국가의 재난안전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하고 ‘관피아’ 척결과 공직사회 혁신, 비정상의 정상화 등 새 총리를 향한 주문은 어느 때 보다 크고 높다. 국정ㆍ행정 경험이 없는 문 후보자가 역대 가장 강력한 책임총리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이후 봇물처럼 쏟아진 국정운영 방식 및 인사 스타일 변화 요구를 반영해 자신에게 직언을 마다하지 않는 ‘안대희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의 강직함과 개혁성으로 정국을 정면돌파하려 했으나 전관예우벽에 부딪쳤다.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 후보자였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낙마에 이은 두번째 좌절이다. 일각에선 이번 문창극 카드가 아예 개혁성, 전문성, 탕평성은 포기하고 그저 국회 인사청문회 벽을 넘어설 흠집 없는 후보를 선택한 고육지책이란 지적도 있다. 그런 소리가 나오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이 논란을 잠재울 당사자는 문 후보자 본인임을 명심해야 한다. 김대중 노무현 진보정권 10년간 강경 보수 색채를 띠어 지금의 야권 지도자들과 형성된 첨예한 대립각 해소도 문 후보자가 넘어야 할 벽이다.

곧 이어질 후속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는 국민의 눈높이에 적합한 인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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