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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품R&D 현장을 가다 (1)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발효식품센터> ‘식품반도체’미생물 연구…바이오메카로
토종 균주 찾아 팔도장맛 순례
맛·품질 우수균 4개 특허·신제품 출시
항암·항산화·면역 효능 연구 주력
전통장·김치 세계슈퍼푸드가 꿈



같은 재료로 만들어도 집집마다 장맛, 김치맛이 다르다 했다. 발효 미생물의 종류가 달라서다. 발효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핵심 미생물을 균주(菌株)라 하는데, 우수한 균주를 찾아내는 것이 발효식품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식품 산업의 반도체라고도 할 수 있는 미생물에 대한 연구는 한국 발효 식품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일이다.

지난 22일 방문한 서울 구로구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내 발효식품센터에서는 45명의 연구원들이 미생물 연구에 여념이 없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3월 김치, 장류, 식초 등 식품 종류 별로 분리돼 있던 연구원들을 모아 발효식품센터를 신설했다. 미생물 연구는 장기 투자가 필요하지만 신시장을 창출할 경우 그만큼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회사측의 판단이 배경이 됐다.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내 발효식품센터는 14년 동안 장류에 존재하는 발효 미생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
며 전통장을 복원하고 현대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발효식품센터 연구원들이 CJ제일제당 장류 제품을 맛보며 개선점을 논의하고 있다.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연구원들은 지난 2001년부터 전통장 복원과 표준화를 위해 발효 균주와 기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수한 균주를 찾기 위해 전국 각지의 전통장, 메주 명인들을 찾아다니며 2000여종의 토종 균주를 수집했다. 그렇게 10여년을 연구하면서 하나둘 성과가 나타났다.

맛 품질이 우수한 4가지의 균주를 선별해 특허를 출원해 자산화할 수 있었고, 자체 신균주가 적용된 ‘태양초 고추장’도 출시했다. 10여년 동안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지켜온 ‘해찬들 재래식 된장’도 소비자들이 보기에는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생물 연구의 성과가 반영돼 꾸준히 맛 개선이 이뤄진 신제품에 가깝다.

연구는 이미 자체 균주를 확보해 제품에 실제로 적용하는 단계까지 왔다. 그럼에도 다양한 장류 미생물이 이뤄내는 복합 발효, 장류의 숨겨진 효능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게 연구원들의 설명. 최근에는 자체 균주를 적용한 고추장의 항비만 효능에 대한 동물 실험을 진행한 결과 각종 비만 관련 지표가 감소한 연구 성과가 나오기도 했다.

장류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발효식품센터 신혜원 수석연구원은 “자체 균주를 넣은 고추장의 발효 특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전분 및 단백질 분해효소와 각종 향미성분이 증가했다”며 “항비만, 항암, 항산화, 면역력에 대해 발효 장류가 가지고 있는 효능 관련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치에 대한 연구도 주목할만 하다. 연구원들은 7년의 연구개발 끝에 장 건강뿐만 아니라 면역물질의 과분비를 조절함으로써 가려운 피부 증상을 개선하는 유산균을 찾아냈다.

수백여 개 김치에서 분리한 3500개의 유산균을 분석해 이중 133번째 균인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 CJLP133에서 기능성을 입증해 이를 건강기능식품으로 개발했다. 이렇게 출시된 ‘피부유산균 CJLP-133’은 식약처로부터 피부 가려움 개선에 대해 국내 최초로 인증 받은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이다.

발효식품센터 연구원들의 목표는 명확하다. 심혈관계 질환 예방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타임지 선정 세계 10대 슈퍼푸드에 등재된 레드 와인이나 대표적인 장수식품 중 하나로 알려진 올리브유처럼 한국의 발효식품을 세계적 건강 음식의 반열에 올려놓는 것이다.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발효식품연구센터 강대익 센터장은 “발효는 한국적인 맛의 특징을 결정지어주는 것으로, 처음은 어렵지만 한번 그 맛에 길들여지면 오래간다”며 “한국 전통의 발효를 현대적으로 해석해서 전세계 사람들에게 한식을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CJ제일제당은 내년 말 입주를 목표로 수원 광교신도시에 통합연구개발센터를 건설 중이다. 완공되면 식품ㆍ바이오ㆍ제약ㆍ사료 등 현재 4곳으로 분리돼 있는 연구소가 한 데 모이게 된다. 강 센터장은 “식품에서 사용했던 전통의 발효 기술을 사료나 바이오ㆍ제약쪽으로 적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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