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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펌&이슈> 법 보호 못받는 성폭력 아동 피해자들
법무부 장관 출신의 전 국회의장, 전 검찰총장 등의 성추행 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연예기획사 대표가 15세 여중생을 성폭력한 사건이 대법원에서 무죄로 판결이 나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로 성폭력특별법이 시행된 지 20년이 되지만 이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성폭력, 성추행 사건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가해자는 성폭력 관련 법을 만드는 우리 사회 최고 권력이나 지위를 가진 자들이고, 피해자는 이들의 직접적인 영향력 아래에 있는 20년 이상 나이 차가 나는 여성이라는 점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형법상 의제강간규정’이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을 만18세로 규정하면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모든 국민’에게 18세 미만의 아동들의 권익과 안전을 존중하고 건강하게 양육해야 할 책무를 부과하고 있다. 민법에서는 만19세까지는 모든 법률행위를 할 때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18세 미만은 약혼이나 결혼도 못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이들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아동 보호 취지를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는 것이 형법상 의제강간규정이 아닐 수 없다.

만 12세까지는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무조건 강간죄가 성립하지만, 만 13세만 넘으면 ‘본인이 원하기만 하면’ 강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런데 40대 성인 남성이 보호자인 부모의 동의도 없이 15세 중학생을 임신시키고 가출시켜 동거하는 것이 아동복지법상에 규정된 책무를 다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이같은 행위가 아무런 비난이나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면 민법이나 아동복지법에서의 아동보호 규정들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만일 형법상 의제강간규정처럼 13세 정도의 연령이 성에 대해 마음대로 해도 될 정도의 사리변별력이 생긴다고 보는 게 옳다면, 아동복지법상 아동의 연령도 만 13세로 낮추고, 민법상 약혼이나 혼인 연령 또한 만 13세로 낮춰야 하지 않을까.

우리보다 성에 대해 더 개방적인 외국은 훨씬 더 엄격하다. 미국은 주별로 16~18세, 캐나다, 스위스, 영국 등은 16세까지는 동의 여부를 불문하고 강간죄로 처벌하고 있다. 법은 그 시대를 사는 국민들의 인식과 의지의 결정체다. 가해자인 남성에게 관대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미성숙한 아동 피해자를 보호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

<법무법인 나우리 이명숙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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