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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최진성] 마이클 센델과 대형마트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은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에 마이클 센델 하버드대학교 교수의 강연이 떠올랐다. 센델 교수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전세계에 정의론 열풍을 일으킨 명사다.

센델 교수는 지난 5일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공무원을 상대로 정의론을 설파하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공개 대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때마침 ‘골목상권’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박 시장은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고충을 소개하면서 정의론의 관점에서 평가를 부탁했다.

센델 교수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문장 정리는 최소화하고 발언을 그대로 싣는다.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의 소규모 상점들을 몰아내려고 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이를 막기 어려운 것은 대형마트는 좋은 물건을 싸게 팔 수 있지만 슈퍼마켓 등 소규모 상점은 이 같은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불만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는 모두가 소비자이자 지역사회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시민)이다. 우리는 좋은 품질의 물건을 편리하고 싸게 구매하기를 원하는 소비자다. 동시에 우리는 지역사회의 주민으로서 공통의 삶의 질을 생각해야 한다. 작은 빵집이나 슈퍼마켓 등은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개체이고, 우리는 지역사회의 공동체를 이루는 주민이다. 우리는 대기업(대형마트)이 중소기업(골목상권)을 죽이는 것을 우려해야 한다. 우리의 딜레마는 개개인 내부에 있다. 소비자로서 원하는 게 있을 것이고, 좋은 이웃이 되고자하는 열망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다양한) 토론을 통한 합의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일요일에 대형마트가 문을 닫아 장을 못 본다고 불평하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재래시장 상인들이 장사가 안돼 망하게 되면 정부가 복지로 지원해야 되는데 결국 세금이 들어간다”고 거들었다.

센델 교수는 범위를 사회 전체로 확대했다.

“빈부의 격차가 벌어지고 불평등이 커지면 사회 응집력, 즉 결속력이 약해진다. 부유층은 자신들을 스스로 격리시킨다. 거주지뿐만 아니라 교육, 교통, 보건의료, 여가 등을 자기들만의 세계에서 누린다. 이렇게 되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만나 섞일 수 있는 공공장소가 사라진다. 결국 함께 사는 삶을 구현하기 어려워진다.”

우리는 그동안 먹고 살기에 바빠 ‘함께 사는 삶’을 잊고 지냈던 건 아닐까. 법이 바로 세워주지 못한 우리 사회의 정의를 양심있는 기업가들이 세워주길 바래본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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