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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 DNA는 없다
공감능력 부족 사이코패스 ‘분노조절 장애’
성장환경 영향 커…정신적 문제 치부 안돼



구토한 어린이에게 토사물을 집어먹게 한 보육교사,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아내와 의붓딸을 살해한 후 “애 엄마가 나를 무시했기 때문이지 잘못은 없다”고 말한 40대 인질 살해범, 자신의 감정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출발하던 비행기를 돌려 직원을 내리게 한 대기업 총수의 장녀, 11억 원대 아파트에 살면서 ‘생활고의 부담’ 때문에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한 아버지...

지난 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대한민국은 온통 ‘비상식’에 빠졌다. 국민들은 일반인들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건과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데 경악하고, ‘나는 억울하다’로 일관하는 범죄자들의 뻔뻔한 태도에 아연실색하고 있다.

그들 안에 우리가 모르는 범죄의 DNA가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까지 제기된다. 
인천 어린이집 폭행교사

▶인면수심ㆍ뻔뻔함…‘범죄 DNA’= “아이들을 너무 사랑해서 그런 것이지, 폭행은 아니었다(인천 어린이집 폭행 교사)” 

“아픈데 왜 조사를 먼저하나. 나도 피해자다(안산 인질 살해범)”

연초부터 잇달아 터지는 인면수심의 범죄에 국민들이 경악하고 있다. 네살배기 유치원생이 김치를 남겼다며 아이가 날아가 떨어질 정도로 뺨을 후려치고, 토사물을 집어먹게 한 인천 송도 어린이집 폭행 보육교사 A(33ㆍ여)씨는 아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A씨는 또 다른 피해 아동에게 버섯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먹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한 뒤 뺨을 때리기도 했다.

경찰은 피해 아동 2명의 진술을 토대로 추가 범행을 추궁했으나 A씨는 “아이들을 너무 사랑해서 그런 것이지, 폭행은 아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초 세모녀 살인범 강모씨.

한편, 별거중인 부인이 만나주지 않는다고, 경기도 안산에서 인질극을 벌여 부인의 전남편과 의붓딸을 흉기로 살해한 김상훈(46)은 살해 직전 의붓딸을 성폭행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국민들을 아연실색케 하고 있다. 김상훈은 그러나 뉘우치는 기색없이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취재진에 “나도 피해자다. 경찰이 지금 내 말을 다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막내딸이 죽은 건 경찰 잘못도 크고 애엄마(A씨) 음모도 있다. 철저한 수사를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난 후에도 반성은 커녕 오히려 뻔뻔스러운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비뚫어진 가치관과 잔혹스런 범죄, 반성않는 뻔뻔함은 범죄자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악마 DNA(유전자)다.

▶DNA 문제 아냐…환경의 문제= 하지만 전문가들은 ‘범죄 DNA’라는 단어를 경계했다. 유전적인 요인으로 모든 범죄들을 합리화해서는 안된다는 것. 오히려 전문가들은 이들의 후천적 환경을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중생 성폭행 살해범 김길태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은 “의학적으로 반사회적인격장애라고 부르는 사이코패스들의 공통적인 문제는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있다는 점”이라며 “이런 사람들은 성장과정에서 타인을 괴롭히거나 동물을 잔인하게 해하는 등의 징후를 보여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원장은 “선천적으로 뇌 전두엽 부분이 저하됐다고 보는 학설도 있지만, 그건 일반적인 사람이 뇌를 다친 후 난폭해지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라며,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의학적으로 설명은 되지만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후천적인 것으로 보는 경향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과 교수는 “청소년기부터 법과 위배되는 행동을 많이 보여줬을 것”이라며 “이런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난다는 건 사회전반적인 분위기가 불건전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8세 여아 성폭행범 김수철

김 교수는 “유전적으로 건강하게 태어났을지라도 어떤 환경에서 교육받고 성장했느냐에 따라 다른 어른이 된다”며 “감정을 조절하고 타인에게 예의를 갖춰야 할 필요성에 대한 교육이 부족한 사람들“이라고말했다.

▶정신적 문제로 용서안돼…“오히려 재범 위험 높아”= 후천적 요인으로 비상식적인 범죄를 일으켰다고 해서, 이들의 범죄를 용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흉악범죄에 대한 처벌은 오히려 강해지고 있다.

실제로 영국 리즈법원의 경우 지난 해 11월 사이코패스 범죄자라면 미성년자라도 신원을 공개한 바 있다. 
20명 연쇄살인범 유영철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안산인질극 사건을 언급하며, “대법원 판례를 봣을 때 소아기호증이나 성도착 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확립됐다”며 “오히려 재범의 우려가 높기 때문에 가중처벌의 사유가 되고 화학적 거세 등 추가적인 보호처분 등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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