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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욱질 무법지대’ 인터넷 자유지상주의…“제한 룰 만들어야”
[헤럴드경제=서경원ㆍ배두헌 기자]“세월호 빨리 건져내든가, 죽게 하든가…. 드라마 안 해서 정말 짜증 ‘이빠이’ 나네” “세월호 생존자들 자소서(자기소개서)에 쓸 얘깃거리 늘었네”

작년 세월호 침몰 이후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눈을 의심케하는 글들이 다수 유포됐다. 전국적인 애도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 이런 글들은 유가족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匿名) 표현은 매체 특유의 신속성ㆍ상호성과 결합해 현실 공간의 경제력이나 권력에 의한 위계구조를 극복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계층ㆍ지위ㆍ나이ㆍ성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여론 형성에 기여해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키는 기능도 갖고 있다.

또 외부 압력에 굴하지 않고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 국가권력이나 사회의 다수 의견에 대한 비판과 견제 역할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인터넷을 충동적 감정이나 특정 대상에 대한 반감, 반(反)사회적 주장을 여과 없이 배설할 수 있는 장(場)으로 악용할 경우 그야말로 ‘욱질’의 무법지대로만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보장돼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과 자정(自淨) 의무 및 제동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송재룡 경희대 교수(사회학)는 “현재 인터넷 세상이 건강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라며 “정부가 통제하려고 하면 언론ㆍ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공격받을 정치적 빌미를 주기 때문에 딜레마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는 책임을 수반하기 때문에 단계적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며 “지금처럼 자유 지상주의의 온라인 활동이 지속될 경우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늘고 대한민국 공동체에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이 온라인 욱질의 원인이 되고 있단 지적도 나왔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사회법이나 현 제도로는 나쁜 사람을 제대로 단죄(斷罪)하지 못한다는 인식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공권력에 대한 불만 내지 불신이 있는 사람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비난 수위를 더 높이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선진국에선 인터넷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의 대표 인터넷신문인 허핑턴포스트는 2013년부터 웹사이트 실명제를 실시하며 악성 댓글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영국 체스터시 법원은 지난 2011년 SNS를 통해 폭동을 유도하는 글을 유포시킨 청년들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일본에선 단순히 불쾌하고 부적절한 수준을 넘어 근거 없는 사회적 편견을 조정하거나 피해자에게 정신적 고통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표현에 대해선 규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규제에만 함몰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인터넷과 오프라인이 따로 떨어진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인터넷이 문제라고 규정하고 규제하는 것은 이미 실패한 것”이라며 “오프라인이 정화되지 않으면 온라인 정화도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인터넷 실명제(實名制)가 실시된 바 있다. 그러다 2012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됐다. 그 후로부터 표현의 자유 침해 여론에 밀려 규제 필요성에 대한 담론이 힘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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