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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정보 프로그램 매니아인 당신, 혹시 ‘건강 염려증’ 환자?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비타민에 홍삼에, 양배추 즙까지, 아침에 도대체 건강보조식품을 몇 가지나 먹는지 모르겠어요”

직장인 이모(27ㆍ여) 씨는 아침마다 건강보조식품을 바리바리 챙겨 주는 어머니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어머니의 과도한 딸 건강 챙기기는 이 뿐만이 아니다.

텔레비젼을 보다가도 ‘어떤 음식이 어디에 좋다더라’는 정보를 접하면 꼭 그날 식탁에는 같은 메뉴가 올랐다. 

사진=게티이미지

이 씨는 “꼭 필요한 영양제 몇 알만 챙겨먹고, 정말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면 될텐데 이러다간 스트레스로 없던 병도 생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씨 어머니처럼 지나칠 정도로 건강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 1인이 한해동안 총 14.3번 의사의 진찰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인 6.9회의 2배 이상으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건강 염려증’의 대부분이 심리적 불안에서 기인됐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여러 매체를 통한 과도한 정보 접촉이 심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주부 A 씨는 최근 자녀들의 건강을 위해 80만원 상당의 ‘방사능 측정기’를 해외 직구로 구입했다.

일본 원전 사고가 터진 뒤 식재료의 경우 꼼꼼하게 원산지를 살펴 구입했지만, 얼마 전 인터넷을 통해 일본에서 들어온 방사능 폐기물들이 건축 자재로 사용된다는 글을 보고 불안감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A 씨는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인터넷 카페에서 이보다 저렴한 건 측정이 안 되는 방사선도 있다고 해서 큰 맘 먹고 질렀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단순히 건강 정보를 얻는 통로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질병에 대한 진단을 내려주는 ‘주치의’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병원에 가기 전 자신이 겪고 있는 신체 이상 징후들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거나, 이를 카페 등에 올려 다른 이들에게 ‘초진’을 받는 것이다.

극단적일 경우 자신이 중병에 걸렸다고 비관해 우울증까지 빠지기도 한다. 잘못된 검진이 실제 건강까지 해치게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병원을 찾는 환자 중 4~5%가 이러한 강박장애의 일종인 ‘건강염려증’ 환자라고 분석하고 있다.

건강 관련 정보들이 범람하고 있는 것도 건강에 대한 과도한 염려를 부추긴다.

텔레비젼에서는 하루에도 몇 시간씩 건강정보프로그램이 전파를 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일부 프로그램들이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을 충분한 확인 절차 없이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방송에 나온 정보들을 사실이라고 믿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대구의 한 내과 원장 B 씨도 건강염려증 환자로부터 무리한 진료를 요구받은 적이 있다. B 원장은 “진료도 보기 전에 환자가 ‘자신이 갑상선 질환인 것 같다’면서 자신에게 방사능 동위원소 치료를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황당한 기억을 털어놨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김병수 아산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실제로 과거 큰 병을 앓은 경험이 있어 건강 염려증이 생기기도 하지만, 과도한 건강 정보들이 쏟아지는 현실에서 고민이나 스트레스를 신체적 불안으로 치환하며 앓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건강정보를 불필요하게 많이 접하다보면 역설적으로 더욱 건강에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이런 경우엔 의도적으로라도 건강 정보를 접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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