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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관예우 막으려면 대법관 출신 변호사 NO”
“사시·로스쿨 병행 서민에 법조인 길 터주고 검사평가제도 도입해야 ”…하창우 신임 변협회장이 법조계에 던지는 쓴소리
제48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하창우(61) 변호사를 한마디로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단어는 ‘뚝심’이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30년 변호사 외길을 걸어오며 서민을 위한 변호에 앞장섰고, 법원과 검찰의 강력한 반발에 맞서며 ‘법관평가제’ ‘항고심사제’ 등 사법개혁을 이끌어왔다. 순수 재야 ‘토종 변호사’를 자처하는 그는 이제 법조계의 오랜 병폐인 전관예우 타파를 외치며 또다른 개혁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전관예우 타파 최우선…“대법관 출신 변호사 NO”=하창우호(號)의 출범으로 법조계 전관예우 타파 문제가 사법개혁의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하 변호사는 대한변협 회장선거 공약으로 대법관 출신 변호사 등록 금지를 내놓고 관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 변호사는 “전관예우의 전형적인 형태가 대법관 출신 변호사입니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다른 변호사가 작성해온 서면에 도장만 찍고 ‘도장값’을 받는 게 관행으로 자리 잡았습니다”면서 “한번에 3000만원 정도인데 작년엔 5000만원으로 올랐답니다”고 혀를 찼다.

이어 “30년 이상 법관 해야 오를 수 있는 게 대법관의 자리죠. 최고 명예직까지 올랐는데도 명예를 이용해서 떼돈 버는 관행은 이제 없애야 합니다”면서 “전관예우가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그중에서도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전관예우가 가장 심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관련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장기적으론 입법으로 해결해야 합니다”면서도 “대법관 출신은 로스쿨을 가시든지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래도 변호사 등록을 하려는 대법관 출신에겐 신청안 철회를 권고하거나 끝까지 거부하겠다는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향후 검찰총장이나 법무부장관까지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대한변협 내부에 ‘전관비리 신고센터’를 만들어 전관예우로 피해를 입은 의뢰인들의 신고를 접수하고, 사실이 확인되면 가차없이 징계하겠다는 입장이다. “필요하면 형사고발도 하겠습니다. 고위직 출신의 비리를 근절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사시는 계층상승 사다리…“존치 연내 결판”=하 변호사의 고향은 경남 남해군 이동면이다. 그가 초등학교 5학년 때 학업을 위해 부산으로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버스가 하루에 몇 대 오지 않는 시골에서 살았다.

이런 하 변호사의 뿌리는 사법시험에 대한 신념으로 이어졌다. 사시야말로 우리 사회에 얼마 남지 않은 계층이동의 ‘사다리’라고 그는 믿는다. “사시라는 사다리가 있기 때문에 서민과 농부의 자식도 판사나 검사,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거예요”라면서 “사시 폐지는 헌법이 말하는 평등, 사법 정의가 아닙니다”라고 했다.

이를 위해 하 변호사는 사시ㆍ로스쿨의 공존 체제로 가야한다고 보고 있다. “로스쿨은 제도를 보완해나가는 한편 사시를 존치시켜 서민을 위해야 합니다”며 “일본도 로스쿨 외에 예비시험제를 둬서 서민에게도 법조인의 길을 열어놓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그가 바라보는 사시 존치 처리시한은 연말이다. 내년 4월 20대 총선이 있는 만큼 올해를 넘기면 어렵다는 계산에서다. 그는 “올 연말까지 어떻게든 결판이 나야합니다”라면서 “사시 존치와 관련해 발의된 법안 4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하나로 만들어 통과시켜야 합니다”라는 뜻을 밝혔다.

사시 존치를 반대하고 있는 야당에 대해서는 “사시 존치는 서민정책”이라면서 “결국 야당도 사시 존치 쪽으로 흘러갈 것”으로 내다봤다. 또 검사 출신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최근 “사법시험을 통한 법조인 선발이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라고 밝힌 것을 언급하며 새누리당이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상고법원은 위헌…대법관 3배 증원”=하 변호사는 대법원이 추진 중인 ‘상고법원’ 설치에 대해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대법원은 상고심(3심) 사건을 나눠 중요하지 않은 사건은 상고법원에서 다루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 변호사는 “상고법원은 위헌”이라고 단언했다. 법전을 꺼내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된다’고 규정한 헌법 101조 2항을 보여주며 “최고법원이 대법원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상고법원 제도는 대체 누구를 위해 만드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한 그의 생각은 분명하다. 위헌 소지가 있는 상고법원을 도입하는 대신 대법관을 대폭 증원하자는 것이다.

12명인 대법관(대법원장ㆍ법원행정처장 제외)의 수를 36명으로 3배 늘리자는 주장이다. 그러면 판결 이유도 쓰지 않고 사건을 종결시켜버리는 심리불속행 기각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매년 대법원에 들어오는 사건이 3만6100건”이라면서 “대법관 12명이 처리하려면 한 사람당 1년에 3000건을 담당해야 한다는 건데 불가능한 제도”라고 못박았다.

“상고법원을 만들어 12명이 연간 100건만 처리하겠다는 게 대법원의 취지인데, 그렇다면 1년에 7~8건만 담당하고 대법관의 지위를 누리겠다는 뜻이냐”며 “독일 같은 곳은 대법관이 100명도 넘습니다. 대법관 수를 늘린다고 명예가 떨어지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국회에 상고법원 법안이 발의된 데 대해서도 “법조3륜(법원ㆍ검찰ㆍ변협) 중 법원만 주장하고 있어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통과되면 헌법소원을 통해서라도 위헌 문제 삼을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쳤다.

▶검사평가제 시행ㆍ법관평가제 개선=하 변호사의 ‘개혁 메스’는 검찰까지 향하고 있다. 우선 세계 최초로 ‘검사평가제’를 시행하겠다고 나섰다. 그가 2008년 도입한 법관평가제와 유사한 형태로, 같은 사건을 담당한 변호사들이 검사의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의 큰 반발이 예상되지만 “못할 게 어디있나”고 자신감을 보인다.

더 나아가 ‘기소독점주의’에서 나오는 검찰권을 견제하기 위해 “공소 유지는 변호사가 해야한다”고 주장하며 강수를 뒀다. 현재 일반 공무원이 하는 국가소송수행도 변호사가 담당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도입 8년을 맞는 법관평가제에 대해서도 보완 의지를 드러냈다. 상위 평가를 받은 ‘베스트’ 법관뿐 아니라 ‘워스트’ 법관의 실명까지 공개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시각이다. 다만 “해당 법관의 명예와 관련된 것이라 쉽지 않아요. 대만에서 워스트 법관을 공개한 적이 있는데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했습니다”라고 현실적 문제를 지적했다.

대신 각 지방변호사회별로 이뤄지고 있는 법관평가제 기준을 대한변협 차원에서 통일시켜 누적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부산에 근무하던 판사가 나중에 서울, 광주를 가든 평가표가 따라다니게 될 것”이라면서 “올해부터도 실시 가능합니다. 내년 1월부터 발표할 수 있습니다”고 자신했다.

▶어려운 변호사시장, 책임보험제 확대=하 변호사는 최근 인력 포화로 어려워진 변호사 시장에 대한 고민도 깊다. 그래서 꺼내든 카드가 ‘변호사 책임보험제도’ 확대 실시다. 변호사 업무 중 예측불가능한 손해배상책임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민간 보험사와 연계한 책임보험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현재 보험에 가입한 비율이 10% 미만일 것”이라면서 “권유를 통해 가능한 가입 범위를 넓히겠습니다”고 말했다.

일과 가사 사이에서 시달리는 여성변호사를 위한 지원도 고려 중이다. “우리나라 여성변호사 비율이 20%를 넘었지만 애로사항이 많습니다”면서 “야근이나 휴일근무를 밥먹듯이 하다보니 임신이 안 된다는 변호사까지 봤어요”라고 전했다.

하 변호사는 또 국선변호사의 보수 현실화도 제시하고 있다. “국선사건에 사명감을 가지려면 보수를 현실화해야 합니다. 사건당 최소 50만원은 지급해야 합니다”면서 “대한변협 차원에서 대법원에 건의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최상현ㆍ강승연 기자/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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