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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이 화재감식을 하는 이유? “공소유지를 위한 수사활동 일환” -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화재폭발감식팀 이상준 경위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수사활동을 위해서는 최대한 훼손되지 않은 상태의 현장 감식이 중요한데, 행정기관에서 먼저 손을 대면 증거의 객관성이 떨어질 수 있거든요.” 경찰이 왜 화재 감식을 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 과학수사계 화재폭발감식팀 소속 이상준(47) 경위는 이렇게 답했다. 화재가 방화범의 소행일 수 있는 만큼, 수사기관에서 현장 감식을 통해 범죄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2000년부터 최근까지 15년 넘게 화재폭발감식 현장만 다니고 있는 이 경위는 경찰 내에서도 알아주는 ‘화재 전문가’다. 한 해에만 약 150곳, 15년간 2000곳이 넘는 현장을 누볐다. 서울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화재 현장에 그가 나타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부터 화재 전문가였던 것은 아니다. 지난 1995년 일선 경찰서 형사과에서 근무했을 무렵, 관할 지역 내 락카페에서 큰 불이 나 20~30대의 젊은이들이 죽는 일이 있었다. 당시 이 경위가 속해있던 형사팀에서 사건을 담당했는데, 정작 수사의 주체가 되는 경찰 내에는 화재 감식 전문가가 전무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 철저히 외부 기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 경위는 “당시 상황이 무척 아쉬웠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화재 감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이 경위는 이듬해 명지전문대 전기과에 입학해 본격적인 화재 감식을 위한 기초를 다졌다. 이후 서울과학기술대에서 차례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밟았다. 지금도 매달 한 차례 학회 등에 참석해 각계 전문가들과 화재 감식에 관한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화재 현장이다보니 힘든 일도 많다. 감식을 위한 ‘바닥 발굴’ 작업에 앞서 가구와 잔해 등을 옮기다가 못에 찔려 파상풍 주사를 맞는 일은 식상할 정도다. 다 타버린 지붕이나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지하실에 들어가다가 위험할 뻔 했던 적도 많다. 그러다보니 팀원 중엔 무릎 연골을 수술한 사람도 있다. 이 경위 자신도 몇해 전 무거운 물건을 밖으로 나르다가 허리를 삐끗해 한동안 물리치료를 받기도 했다. 화재 후 뜨겁게 달궈진 건물이 배출하는 유독가스도 감식팀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다.

그럼에도 이 경위는 “화재 감식을 통해 방화범으로 의심받던 사람들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아무리 위험한 현장이어도 퇴직하기 전까지는 발로 뛰며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경찰 교육원이나 소방학교 등에 출강해 후배들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면서 “많은 후배들이 이 길로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활짝 웃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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