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서버시계, 대리알바…대학가는 ‘1분 클릭질’ 전쟁 中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서울의 한 사립대에 재학중인 A(26)씨는 지난 4일 자신의 마지막 학기 수강신청을 했다.

수강신청 서버가 열리는 오전 10시에 맞춰 방학중 임에도 학교로 향했다. 학교 서버를 같이 이용하는 컴퓨터실이 가장 빠르다는 그럴듯한 소문 때문이다. 컴퓨터실을 가득 메운 학생들은 서버가 열리는 정확한 시간을 확인하는 이른바 ‘서버시계’를 켜놓고 수강신청을 시작할 수 있는 10시를 기다렸다.

“아…” 수강신청이 시작된 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클릭질 소리는 잦아들고, 여기저기서 안타까운 탄식만 터져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

A 씨도 이중전공인 경영학과의 마케팅 관련 필수 강의를 신청하지 못했다. 졸업을 위해 그 강의가 꼭 필요한 A 씨는 자신의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강의를 넘기겠다’는 학생의 글을 봤다. 그 강의의 가격은 10만원이었다. “이제 하다하다 강의까지 파냐”는 탄식도 있지만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과목을 신청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외면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해마다 수강신청 전쟁이 반복되고 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수강신청 대리 알바(아르바이트)’와 같은 편법 행위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형국이다. 수강신청을 대신 해주고 성공하면 돈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는 ‘1분 클릭질’에 한 학기의 운명이 결정돼 버리는 현실 때문이다. 인기가 많은 상경계열 강의 등의 경우 졸업을 위해 이수해야하는 필수 강의조차 학생들의 수요에 턱없이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수강신청이 끝나면 학생들의 입에서는 “이번 학기 망했다” , “졸업 필수 과목 신청을 또 실패했다” , “비싼 등록금에 비해 수업이 너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대학생 3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10명 중 8명(79.9%)이 수강신청 실패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기 강좌의 강의를 늘리면 해결 가능한 문제지만 대학들은 재정적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강의를 하나 더 개설하려면 교수가 한 명 더 필요한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매년 반복되는 인기학과 수강신청 전쟁을 알고 있지만 강의를 늘린다는 것이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badhone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