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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폭력 대책 3년만에 ‘역주행’…사이버 등 신종 폭력 증가
심의건수ㆍ가해학생수 등 2012년 수준으로 회귀 조짐
사이버 폭력 등 계속 증가…“감금ㆍ갈취 등 잔인해져”
소홀해진 교육부, 전담 부서 명칭서 ‘학교폭력’ 떼어내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올 봄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이다빈(12ㆍ가명) 양은 개학 뒤 아침마다 등굣길이 천근만근이다. 겨울방학 때 이양은 친구들과 만든 단체 ‘카톡방’에서 친구 은혜(가명)가 자기를 ‘은따(은근히 따돌림)’시킨다고 느꼈다. 문제라고 생각해 친한 학교 언니에게 보낸 카카오톡 캡처가 유출되면서, ‘카톡방’ 내 다른 친구들에게 ‘찍혔고’ 전 학교에 소문이 퍼졌다. 친구들에게 사과했지만 오히려 사이가 악화됐다. 이양은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을 피해 바로 귀가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불안한 생활을 해야 하나 걱정하다, 최근 모바일 학교폭력 상담 프로그램 ‘상다미쌤’에 이 같은 고민을 털어놨다.

지난 6일로 ’학교폭력 근절 종합 대책‘이 발표된지 3년이 됐다. 하지만 세상과 교육당국의 무관심 속에 가해 학생 수 등 각종 지표가 ’역주행‘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양 같은 사이버 폭력 피해 학생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진후(정의당) 의원이 최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2년부터 2014년 1학기(3~8월)까지 최근 3년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통계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현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해당 기간 전국 초ㆍ중ㆍ고교, 특수ㆍ각종학교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심의한 학교폭력 건수는 2012년 2만4709건에서 2013년 1만7768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1학기에는 1만662건으로, 전년(2013년) 1학기(9713건)보다 9.8%나 증가했다. 

가해 학생 수도 4만2232명(2012년)에서 2만9732명(2013년)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1학기 1만7765명으로 늘었다. 역시 전년 1학기(1만6690명)보다 6.4% 늘어난 수치다. 

아직 지난해 전체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두 지표 모두 전년 수준을 뛰어넘어 자칫 2012년 수준으로 ‘역주행’할 가능성까지 우려되고 있다. 

사이버 폭력(정보통신망 상의 음란ㆍ폭력ㆍ사이버 따돌림)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교육당국이 ’학교폭력 대책‘을 내놓은 이후에도 900건(2012년)에서 1095건(2013년)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학기에도 769건을 기록했다. 날이 갈수록 유형이 잔인해지고 있지만, 사이버 상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탓에 잡아내기 쉽지 않다.

[헤럴드경제DB사진]

‘상다미쌤’을 운영하고 있는 열린의사회의 김태윤 사회공헌실장은 “사이버 감금(‘카톡방’ 같은 인터넷ㆍ메신저 대화방에서 특정인의 퇴장을 막고 욕설 등을 하는 행위), 사이버 갈취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학교폭력이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이버 폭력이 없던 시절에는 피해 학생들이 전학을 가면 됐지만, 지금은 가해 학생들이 피해 학생을 카카오톡 등으로 부르고, 불응하면 전학 간 학교까지 찾아오는 바람에 소문이 퍼져 새 학교에서도 왕따가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3년 전 ‘전쟁’까지 선언했던 교육당국은 최근 학교폭력에 소홀해져 가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2년 가까이 개선책 대신 ‘줄어드는 수치’만 주로 발표하던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주무 부서인 학교폭력대책과의 명칭을 학교생활문화과로 바꿨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폭력를 줄이기 위해서는 학교문화를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언어 순화 차원에서 명칭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그동안의 학교폭력 대응 방안이 실태조사를 통해 대책을 수립하는 수순이었다면, 이제는 교육부가 실태를 토대로 보다 사안에 관심을 갖고 학기 초인 3월, 등굣길 등 심각한 상황이나 시기별로 맞춤형 대책을 세워야 하는 때”라고 지적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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