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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巨物 무기중개상 체포, 방산비리 커넥션 끊는 단초돼야
거물급 무기중개상인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이 1300억원대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도입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11일 수사당국에 체포됐다. 지난해말 범정부 차원의 방위사업 비리 합동수사단이 꾸려진 이래 대형 무기중개상에 대한 본격 수사가 이뤄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이 회사를 둘러싸고 제기된 각종 의혹들을 입증할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이 회장은 30년 넘게 무기 중개를 하며 역대 정권 인사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어온 인물이다. 거액의 비자금 조성 및 정ㆍ관계 로비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수사단은 이왕 칼을 빼든 김에 뿌리깊은 방산 비리 커넥션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이 회장은 터키 무기회사 하벨산과 계약을 맺고 EWTS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600억원의 리베이트를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EWTS는 요격기나 대공포 등 적군의 공중 위협으로부터 조종사의 생존능력을 높여주는 전자방해 훈련장비다. 일광공영은 2009년 사업비만 1365억원에 달하는 EWTS 사업을 중개했다. 하지만 검찰은 당초 하벨산 측이 방사청에 4000만 달러(약 450억원) 이하의 가격을 제안했던 사실을 파악했다. 장비의 성능과 연구개발비 등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계약 규모는 커졌고 차액을 리베이트로 돌려받았다는 단서를 포착한 것이다. 이 회장은 이외에도 군단급 정찰용 무인기(UAV) 능력보강 사업과 관련해 군의 기밀을 몰래 빼돌렸다는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이처럼 ‘수상한 거래’에는 일광공영과 국군기무사령부, 방위사업청의 커넥션이 자리잡고 있다는 게 합수단의 판단이다. 실제로 방사청 기무부대 소속 방위산업체 담당 변모 서기관의 부인이 일광공영 산하의 복지재단에 근무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회장과 함께 체포된 권모 전 SK C&C 상무(예비역 공군 준장)는 방사청 감시정찰사업부장으로 일하면서 EWTS사업을 담당하다 2007년 전역 직후 SK C&C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이 회장의 차남이 대표인 일광공영 계열사 일진하이테크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김영한 전 기무사령관은 2010년 일광그룹 산하 연예기획사인 일광폴라리스 대표에 올랐다.

EWTS 사업 비리 의혹은 도입된 무기가 북한의 주력 미사일에 대응하는 작전 요구 성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방위산업에서의 비리는 국가 안위와 직결되는 문제다. 비리 가담은 이적행위나 다름없다. 합수단은 이번 수사를 오랜 비리 사슬의 고리를 끊는 단초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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