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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낙도지역 응급환자 이송 체계 대폭 강화해야
전남 신안군 가거도 앞바다 해경 헬기 추락사고를 계기로 낙도지역 의료 사각(死角)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사고 헬기는 당시 맹장염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출동했다. 그러나 착륙장이 좁은 데다 짙은 안개로 주민들이 켜 준 손전등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주위를 선회하다 참변을 당했다고 한다. 우리의 낙도 응급환자 이송 시스템 수준이 이런 정도라니 기가 막힐 뿐이다.

사고가 난 가거도처럼 섬 지역은 위급 환자가 발생하면 신속한 대처가 쉽지 않다. 주민 수가 적은 외딴 섬에는 공중보건의가 파견돼 있다 해도 수술시설이 없어 헬기의 도움을 받아야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고 뭍으로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헬기는 날이 어둡거나 기상 상태가 조금만 나빠도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그나마 마음놓고 헬기가 이착륙할 공간조차 갖춘 곳이 드물다. 전남도의 경우 300개 가량의 유인도가 있지만 조명시설을 갖춘 헬기장은 21곳에 불과하다. 조명시설이 없더라도 학교운동장 등 넓은 빈터가 있는 섬도 10% 남짓 정도다. 나머지 대부분 섬들은 급한 환자라도 생기면 배를 타고 인근 섬으로 건너가 헬기를 이용해야 한다.

의료 사각 지대 해소를 위해 도입한 ‘닥터헬기’도 구실을 제대로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닥터헬기는 인천 가천대병원, 전남 목포 한국병원, 강원 원주 세브란스병원, 경북 안동병원 4개 지역에 4대가 배치돼 있다. 전문의료인이 탑승하고 최신 장비를 갖춘 닥터헬기가 큰 도움이 되고 있긴 하지만 운항반경이 100㎞로 제한돼 무용지물일 때가 허다하다. 사고가 난 가거도는 목포에서 145㎞나 떨어져 출동 대상조차 안된다. 따지고 보면 이번 해경 헬기 추락사고는 열악한 낙도 의료 서비스 시스템이 불러온 필연적 결과라 할 수 있다.

전남지역에서 의료진이 전혀 없는 섬이 160곳이나 된다. 보건 당국은 최대한 공중보건의를 지원한다지만 모든 유인도에 의료진과 의료시설을 갖출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응급환자 이송 체계는 반드시 확립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응급환자를 싣고 갈 헬기가 주민 손전등에 의지해 착륙을 시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 거리가 너무 멀거나 일정 인원 이상 주민이 살고 있는 섬에 유도 조명이 설치된 헬기장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

아울러 원격 화상 진료 시스템도 속히 구축해야 한다. 응급 환자가 아니더라도 만성질환 환자들이 일일이 큰 병원까지 나오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다. 외딴 섬도 대한민국 영토고, 국민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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