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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보같은 X.."..중고거래 사이트 사기에 조롱까지
[헤럴드경제=이지웅ㆍ양영경 기자] 작년 8월 인터넷 중고장터에서 휴대폰을 구입하고 며칠 뒤 택배를 받은 A씨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됐다. 휴대폰이 놓여 있어야 할 자리에 파란색 펜글씨로 ‘놀라셨죠? 폰은 밑에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다시 한 번 상자를 열자 안쪽에는 ‘사기입니다 속여 죄송합니다 속는 게 죄’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올 2월 B씨도 휴대폰 사기를 당했는데 택배상자 안에는 빈 물병 하나만 덩그러니 들어 있었고 상자 안쪽에는 ‘다음부터는 안전거래해라. 바보같은 놈. 바이’라는 글이 휘갈겨 있었다.

인터넷 중고거래 사기가 급증하는 가운데 사기꾼이 피해자를 조롱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더 치트

3일 사기피해 정보공유 사이트인 ‘더 치트’에 따르면 한 사기꾼은 아이폰 모형까지 손수 만들어 보낸 뒤 ‘분명히 진짜 아이폰이라곤 안 했고요. 환불 안 된다고 분명히 적어놨습니다. 아직 어리신 거 같은데 비싼 수업료 지불했다고 생각하시고요. 7만원은 좋은 곳에 사용하겠습니다’라는 메모를 남겼다. 다른 사기꾼은 피해자에게 ‘불우이웃 돕기했다고 생각하라’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어쩔 수 없이 사기를 쳐야만 했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사례도 있다. 사기를 친 이후 카카오톡으로 ‘나는 대포통장이라 안 잡힌다’라며 자신감을 비치는 경우도 있다. 한 피해자는 “주문한 물품과 관련 없는 책이 도착했는데 책 제목이 ‘돈을 갖고 튀어라’였다”고 말했다.

썩은 마늘, 담배꽁초가 담긴 시커먼 물, 목 늘어난 셔츠, 먹다 남은 음식물 등 혐오스런 물품을 보내 피해자를 자극하기도 한다. 한 피해자는 “110만원짜리 노트북을 구매했는데 소주 3병, 콜라 500㎖, 전화번호부가 도착했다”며 “알고 보니 소주병에는 물을 채워 온 것이고, 콜라도 콜라 색을 내기 위해 담배꽁초에 물을 탄 것이었다”고 말했다.
사진=더 치트

경찰청에 따르면 인터넷을 이용한 사기범죄 검거 건수는 2011년 3만2803건에서 2012년 3만3093건, 2013년 3만9282건, 2014년 4만657건으로 3년 만에 약 23% 늘어났다. 더 치트가 자체 집계한 통계에서도 온라인 사기 건수(금액)는 2012년 1만7984건(64억365만439원)에서 2014년 3만8299건(피해금액 113억1492만2014원)으로 2년 새 약 2배나 증가했다.

이런 상황을 빗대 네티즌들은 ‘오늘도 평화로운 ○○나라’라는 게시물을 수시로 올리기도 한다. 여기서 ‘평화’는 물건을 사고팔면서 별 일도 다 일어난다는 뜻의 반어적 표현이다. 한 온라인마켓은 지난해 말 ‘웰컴 투 중고네이션’이라는 뮤직비디오도 만들었다. 조폭을 연상시키는 부산 남성이 거친 사투리로 중고거래 사기꾼들을 거침없이 비판하는 내용이 네티즌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느그한테 질렸으(너희한테 질렸어)”, “살끼 천지 삐깔인데(살 게 천지에 널렸는데)”, “틈만 나면 벽돌 보내고” 등의 노랫말이 나온다.
인터넷 캡처

모 경찰서 사이버팀 수사관은 “구매자가 물품을 보냈다는 증거로 송장번호를 원하기 때문에 사기꾼은 중량을 맞추기 위해 택배상자 안에 쓰레기 등을 넣는 경우가 많다”며 “중고사기가 워낙 많아지다 보니 범죄라는 인식이 옅어져 피해자를 조롱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중고사기는 신고되면 대부분 검거된다”고 말했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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