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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발찌 착용자 총 2152명...훼손 급증…재범우려 증폭
가위·펜치로도 절단가능…당국 관리소홀도 큰 문제


지난 13일 오전 3시께 서울 원지동의 한 골목길에서 특수강도강간혐의로 보호관찰 중이던 박모(30) 씨의 전자발찌 신호가 돌연 끊겼다. 보호관찰소와 경찰 강력반 형사 전담팀 등은 즉각 추적에 나섰지만 박씨의 행방은 열흘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묘연한 상태다. 현장에서 박씨의 전자발찌가 발견되지 않은 탓에 경찰은 아직 박씨가 고의적으로 전자발찌를 훼손한 것인지 여부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에도 의붓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전자발찌를 착용 중이던 고모(55) 씨가 서울 개포동 자택에서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결과 고씨는 펜치와 30㎝짜리 톱칼로 전자발찌를 잘라낸 것으로 드러났다.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들이 늘어나면서 전자발찌를 고의로 훼손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관리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이달로 예정됐던 전담부서 신설도 예산문제로 지연되고 있어 전자발찌 착용자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들의 재범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어서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23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 4월 현재 전자발찌 착용자는 2152명에 달한다. 전자발찌가 처음 도입된 지난 2008년 188명 보다 11배 넘게 증가했다.  

착용자가 늘어나면서 전자발찌를 고의로 훼손하는 사례 역시 급증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전자발찌 훼손사례는 9건이다. 올해의 경우 아직 4월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이미 확인된 사례만 6건에 달한다.

전자발찌는 가위나 펜찌로 절단이 쉽다. 또 충전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전자발찌를 훼손한 게 아니더라도 추적장치 충전을 하지 않거나 외출시 소지하지 않는 등 준수사항을 소홀히 해 수사가 의뢰된 사례는 지난해에만 149건에 달했다. 전자발찌는 착용자가 스스로 충전해 사용해야 한다. 

전자발찌 훼손 사례가 증가함에도 이들에 대한 관리는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자발찌 착용자는 2152명에 이르지만 보호관찰소에서 전자감독사건을 담당하는 인력은 119명에 불과하다. 2008년에 비해 착용자가 11배 늘어나는 동안 관리 직원은 고작 2배 가량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에따라 정부는 당초 이달에 전자발찌 착용자 관리를 전담하는 ‘특정범죄자 관리과’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예산문제로 지연돼 일정조차 잡지 못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성범죄자들의 재범예방이라는 전자발찌 도입 목적을 이루려면 충분한 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의갑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전자발찌의 억제효과를 높이기 위해 보다 진화된 형태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현재 병행되는 약물치료와 같은 억제수단보다 보호관찰을 늘리고 상담 인력을 늘리는 등의 다차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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