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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日 ‘라멘왕ㆍ우동왕’…이들은 어떻게 억만장자가 됐나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맥도날드’, ‘피자헛’, ‘KFC’ 오너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미국 패스트푸드 문화를 세계적으로 알린 자수성가형 최고경영자(CEO)들이라는 점이다. 

이웃나라 일본에도 아시아판 맥도날드나 KFC를 꿈꾸는 이들이 있다. 일본 ‘라멘왕’ 가와하라 시게미(河原 成美)와 ‘우동왕’ 아와타 다카야(粟田貴也)다. 이들은 각각 규슈(九州)현 라멘과 가가와(香川)현 사누끼 우동을 앞세운 외식업체 잇푸도(一風堂)와 마루가메 세이멘(丸亀製麺)을 이끌고 있는 수장들이다.
라멘왕- 가와하라 시게미 대표

이들 슈퍼리치는 햄버거와 치킨 대신 라멘과 우동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단순 인스턴트 음식이 아닌 정성과 시간을 들인 수제 요리로 건강까지 챙기는 것이다. 

▶‘돈코츠라멘’ 거장=라멘은 일본 남성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 중 하나다. 그만큼 라멘 가게는 거리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라멘의 조리방법과 맛은 지역별로 모두 다르지만, 장인정신이 깃든 음식이란 점은 같다. 라멘 요리사들은 자신의 만든 국물이 최고라 여겨지지 않으면 애초에 식당을 열지 않는다.

가와하라 시게미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는 라멘 장인을 뽑는 ‘도쿄 라멘 오브 더 이어(Tokyo Ramen ofthe Year)’ 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했다. 규슈(九州)지방 후쿠오카(福岡) 돈코츠라멘의 풍미를 전세계 알린 인물로 평가 받는다.

본래 연기자가 되고 싶었던 가와하라는 가족의 권유로 요리업계에 입문했다. 가족들은 가와하라의 연기 생활이 순탄치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어린 시절 성공에 대한 집안의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저지른 범죄(절도)가 연기 생활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 여겼다. 

라멘의 세련미를 더한 잇푸도

뜻하지 않게 음식업계에 발을 들인 가와하라였지만 예상 밖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는 레스토랑 바 ‘애프터 더 레인(After the Rain)’에서 연봉 3000만엔(약 3억원)을 받는 요리사가 됐다. 

가와하라가 직장을 그만둔 계기는 투박한 라면가게를 세련된 레스토랑으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었다. 

당시 후쿠오카 지방의 라멘 가게는 주로 돼지뼈를 우려내 비린내가 진동하고 투박한 분위기가 강했다. 연극활동을 통해 대중과 교감하는 방법을 알았던 가와하라는 ‘QSC(품질, 서비스, 청결함)’로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라멘 가게를 구상했다. 정통 라멘가게에 레스토랑 문화를 입힌 ‘잇푸도’가 탄생한 배경이다. 

가와하라 시게미

가와하라의 성공비결은 '돈 보다 사람'이라는 경영신념이다. ‘연봉 1억엔을 버는 사람, 연봉 300만엔에서 끝나는 사람’의 저자 고도 토오키(午堂 登紀雄)는 가와하라에 대해 “그는 100억엔이 넘는 돈을 벌었지만 인재육성이나 투자를 위해 사비를 쓰다보니 지금 남아있는 돈이 거의 없다”며 “그럼에도 돈보다 사람을 얻고 자신이 세운 회사가 장수할 수 있어서 만족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라멘을 정통 요리의 반열에 올린 가와하라는 현재 미국 뉴욕, 하와이, LA, 중국 상하이, 홍콩, 한국 강남 등 세계 곳곳에 점포를 내고 연매출 160억엔을 달성하고 있다. 또 다른 상장사인 치카라노 미나모토 역시 170억엔(약 17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가와하라는 치카라 미나모토의 지분 78.5%를 소유한 대주주다.  


▶‘사누끼 우동’ 대부=가와하라가 라멘으로 새로운 식문화를 정착시켰다면 마루가메 세이멘의 아와타 다카야(粟田貴也) 대표는 일본 간판 식품인 우동 황제로 꼽힌다. 

아와타는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기업가다. 12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아르바이트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23세에는 대학교를 중퇴하고 닭꼬치 전문점을 개업했다. 그의 꿈은 3개 이상의 음식점 체인을 가진 사장이었다.
이와타 다카야 대표(위)와 사누끼 우동

그러나 이미 일본에서 닭꼬치 시장이 포화상태임을 깨달은 아와타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우동을 선택했다. 가가와(香川) 현에 사는 친척이 자주 먹는 사누끼 우동에서 영감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사누끼 우동은 유명 식품이 아니었다. 오직 가가와 현에서만 대중화된 음식이었다.


우동의 별미는 면발의 쫄깃함에 있다는 것을 간파한 아와타는 소면을 적극 활용해 쫄깃한 우동면을 제조했다. 그는 사누끼 우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우동메뉴를 개발했다. 일본 전역에 점포 700여개를 차렸고 미국과 한국, 태국, 중국, 인도네시아, 호주 등 해외에도 100여개 매장을 열었다.
마루가메 세이멘

아와타 대표에게는 독특한 경영방침이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불문하고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에게 점장을 맡기는 것이다. 그는 각 점포마다 서비스를 겨루는 콘테스트를 열어 승진의 기회를 준다. 채용 당시의 지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아와타는 가족에 돈 쓰는 것에 대해서도 관대하다. 어릴적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함께 생계를 꾸리며 동고동락을 함께 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잠시 집에 와 낮잠을 자는 동안 내동생은 내가 번 돈으로 신나게 쇼핑을 즐기고 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우동왕-아와타 대표(위)와 마루가메 세이멘 앞에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아래).

아와타 사장의 현재 목표는 2025년까지 마루가메 세이멘의 매출을 현재 800억엔(약 8000억원)에서 5000억엔(약 5조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아와타는 시가총액이 872억엔(약 8720억원)에 달하는 음식업 운영회사 유한상장회사 토리도루(トリドール)의 대표이자 지분 31.52%를 보유한 대주주다. 주식자산만 해도 252억엔(약 2520억원)이 넘는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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