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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력 피해 온 난민, 폭력을 만나다
[헤럴드경제 =한지숙ㆍ이수민 기자] 시리아 난민들이 날카로운 철조망 장벽에 부딪혔다. 폭력을 피해 평화를 찾아왔지만, 강경진압이라는 또다른 폭력에 직면한 모습이다.

영국 BBC, 미국 타임 등 외신들은 헝가리 정부가 15일(현지시간) 난민들의 입국 경로인 남부 로츠케 지역 세르비아 국경에서 175㎞에 걸쳐 4m 높이의 날카로운 철조망 설치 공사를 끝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개방된 곳은 공식 국경검문소 2곳 뿐이다.

지도 - BBC

또 이 날 0시를 기해 새로 개정한 이민법이 발효되면서, 경찰은 철조망을 넘는 난민을 불법이민자로 간주해 체포할 수 있다. 헝가리 정부는 이날 내각회의에서 비상사태 선포를 결정했고, 이미 군부대를 국경에 파견해 통제하고 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지오르기 바콘디 총리실 수석보좌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철조망을 자르거나 훼손한 용의자 6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헝가리 당국은 14일 국경폐쇄 이전에 입국 난민은 9000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약 2만명이 헝가리를 거쳐 오스트리아로 넘어갔다고 밝혔다.

이제 헝가리에 들어가려는 난민은 경찰 버스를 타고 난민 등록센터에 입국 신청을 해야하며, 만일 신청이 거부될 시 세르비아로 돌아가야한다.

남쪽 길이 막히면서 난민들이 세르비아의 동편 루마니아나 서편 크로아티아로 우회해 헝가리로 진입하는 험로를 택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하지만 헝가리 정부는 루마니아와의 접경 일대에도 높은 철조망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철조망이 없는 곳은 서편 크로아티아 뿐이지만 이 지역은 1990년대 발칸 전쟁 당시 매설된 지리밭 지대다. 종전 후에도 500명 이상이 지뢰를 밟아 목숨을 잃었다. 경고 표지판이 있지만, 이를 읽을 수 없는 난민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헝가리의 한 자원 봉사 단체 조정 담당관인 다니엘 차트마리씨는 “5만개 이상의 지뢰가 있는데 난민들은 그 사실들에 대해 모른다”고 우려했다.

크로아티아는 헝가리 뿐 아니라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를 거쳐 독일로 들어갈 수 있는 요지다. 목숨 걸고 유럽에 도착한 난민으로선 지뢰밭을 신경 쓸 여유가 없다.

헝가리 국경이 막히면서 체류 난민들이 잔뜩 불어난 세르비아와 루마니아도 불만이다.

루마니아 외교부는 “EU 내에서 전략적 파트너인 두 회원국간에 철조망을 세우는 것은 정치적 관점에서나 유럽정신 면에서나 공정하지 못하다”이라고 지적했다.

이바차 다치치 세르비아 외교장관은 “헝가리에서 되돌려 보낸 난민은 수용불가”라며 “피해를 보고 있을 수 없는 만큼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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