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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자산 5조원 美 바이오벤처 ‘신데렐라’ 홈즈 거짓의혹 점입가경

[헤럴드경제 = 슈퍼리치섹션 천예선ㆍ윤현종 기자]“개인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I personally was shocked).”

미국 바이오벤처 업계의 ‘신데렐라’ 엘리자베스 홈즈(31) 테라노스 창업자가 자신의 회사 혈액검사 기술에 대한 거짓의혹 보도가 나오자 공개적으로 밝힌 첫번째 반응이다.

홈즈는 19세에 피 한방울로 질병을 진단하는 혈액검사업체 테라노스를 창업해 미국 바이오벤처의 신화로 불리는 인물이다. 홈즈가 개발한 ‘에디슨’은 정맥혈관을 찌르는 주사바늘이 아닌 알약크기의 진단기(키트)를 이용해 약간의 따끔한 손가락 충격으로 혈액 몇 방울을 채취해 수백가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혈액검사 방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테라노스 거짓의혹을 보도한 이후 CNBC방송에 출연해 해명하는 엘리자베스 홈즈 테라노스 창업주.

테라노스는 에디슨 개발로 기업가치를 90억달러(10조1790억원)까지 끌어올렸고, 창업주 홈즈는 31세 나이에 45억달러(5조895억원) 자산가에 등극했다. 홈즈는 단숨에 포브스 선정 400대 부자 121위, 미국 자수성가 여성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승승장구했던 홈즈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거짓의혹 보도 이후 하루 아침에 ‘사기꾼’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WSJ은 지난 15일 테라노스의 전 고위 직원을 인용해 “테라노스가 자체 개발한‘에디슨’을 통해 240개 항목의 검사를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15개 항목만 검사했을 뿐”이라고 보도했다. 나머지는 지멘스와 같은 전통적인 혈액 검사기기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테라노스 전직 직원은 “에디슨 검사의 정확성에 문제가 있다”며 “테라노스 기술 오류가 연방법률에 위배될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이후 테라노스 홈페이지가 달라진 부분. 지난 7월 16일(사진 위) 게재됐던 '대부분의 검사는 단지 혈액 몇 방울이 필요하다’ ‘모든 검사’, ‘보통 6개 이상의 큰 바이알(혈액을 담는 병) 대신에 3개의 극소량 바이알’이라는 표현이 삭제됐다. 이와 관련 테라노스는 FDA 요청 때문이 아니라 ‘마케팅 정확성’을 위해 수정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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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즈는 그러나 WSJ 보도 직후  CNBC방송 프로그램 ‘매드머니’에 출연해 이같은 의혹을 전면부인했다. 그는 “WSJ에 1000페이지가 넘는 해명자료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기사를 내보낸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충격을 받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홈즈는 “우리 실험실에서 제공하고 있는 모든 실험은 테라노스 보유 장비로 진행할 수 있다”며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기 위해 최소 130개의 검사를 제출했다”고 강조했다.

홈즈는 이어 WSJ의 취재원은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WSJ은 테라노스가 2004년과 2005년 알았던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그들은 ‘우리가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던 사람들”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이들은 테라노스 기술을 이해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테라노스는 성명에서도 “WSJ 기사가 경험이 없고 불만가득한 전직 직원과 산업계 종사자들의 근거없는 주장에 기초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CNBC방송 매드머니에서 진행자가 WSJ을 펴보이며 홈즈에게 질문하고 있는 모습.

그러나 홈즈의 이 같은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재 FDA는 테라노스에 FDA승인을 받은 한가지 검사(포진)를 제외한 다른 검사용 혈액채취를 금지시키고 있다. 또 테라노스는 WSJ 보도 이후 자사 홈페이지에서‘대부분의 검사는 단지 몇 방울의 혈액만을 필요로 한다’등의 문구를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IT(정보기술) 전문매체 테크인사이드는 “홈즈가 CNBC방송에서 ‘모든 실험을 테라노스 기기로 진행한다’고 하지 않고 ‘할 수 있다’고 표현한 것은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학자들은 그동안 테라노스의 기술력에 상당한 의구심을 가져왔다”며 “테라노스가 극도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시카고대 의료화학실험실 제리 여 국장 겸 교수는 “테라노스가 많은 실험에서 새로운 방식을 개발했는지 의문”이라며 “테라노스는 완벽하게 전통적인 과정, 다시말해 동료들의 검증이나 과학저널 게재, 다른 과학자들의 실험실 평가 등의 방식을 간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기술과 전문가들이 어떻게 에디슨이 작동하는지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테크인사이드도 “홈즈가 비판세력이 틀렸다고 판명하는 유일한 방법은 테라노스의 실험과 작업방식, 테라노스가 공개하기 꺼려하는 것들을 보다 세부적으로 공유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와 관련 테라노스는 회사가 받은 FDA 승인은 ‘골드 스탠더드’로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그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테라노스는 지난 7월 130개 FDA 승인 신청 검사 중 헤르페스(포진)을 감지하는 검사에 대해 처음으로 FDA 허가를 받은 바 있다.

cheon@heraldcorp.com

▶엘리자베스 홈즈는 누구?=1984년생인 홈즈는 미국 바이오벤처 신화로 불린다. 스탠퍼드대 화학과에 대통령 장학생으로 조기입학한 후 대학 2학년때 중퇴했다. 재학시절 싱가포르 유전자연구소에 인턴을 하면서 당시 중국과 홍콩에서 유행하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진단법 연구에 동참했다. 싱가포르에서 얻은 아이디어에서 착안해 학비를 종잣돈 삼아 테라노스를 설립한 뒤 연구개발과 투자에 올인했다. 

10년간의 노력 끝에 피 한방울로 최소 30가지 이상의 질환을 알아낼 수 있는 혈액검사 키트(진단기)를 사업화하는 데 성공했다. 가격도 일반적인 혈액 검사비의 10% 수준에 불과해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됐다. 테라노스가 보유한 미국 특허만 18개이고 역외 특허는 66개에 달한다. 테라노스 직원은 현재 500여명이나 향후 700명으로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홈스는 ‘여성 스티브 잡스’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일 중독자에 대학을 중퇴한 것도 그렇고 터틀넥을 즐겨 입는 것도 닮았다. 오직 일에 몰두해야 하기 때문에 매일 아침 무엇을 입어야 할 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홈즈만의 패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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