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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대륙부호 만한전석⑮돈으로 백악관ㆍ유엔 뒤흔든 2조 갑부의 ‘정경유착’
- 불법송금 혐의 미국에 붙들린 마카오 부동산 재벌 응랍셍
- 30여년 간 재산 1억배 불려
- 재력 기반 마카오 정ㆍ재계 장악, 중앙정계 진출
- 20여년 간 미국 정가ㆍ유엔 움직인 ‘돈의 힘’…조사도 편하게?


  
클린턴 부부와 함께 선 응랍셍 순키안입 그룹 회장(맨 왼쪽).

[헤럴드경제 = 슈퍼리치섹션 윤현종 기자] 지난달 중순 불법송금 혐의로 미국 당국에 붙잡힌 우리셩(67ㆍ吳立勝)이란 인물이 있습니다. 중국인입니다.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에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를 같이 두는 원칙)’에 따라 중국의 특별행정자치구가 된 마카오에서 수십 년 간 잔뼈가 굵은 부동산 부호입니다. 미국엔 마카오 현지발음 ‘응랍셍(Ng Lap Seng)’으로 소개된 인물이죠.

사실 그의 혐의는 한 아시아계 부자의 단순한 일탈행위로 비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기업인 또는 부자가 아니었습니다.

응랍셍은 재력을 바탕으로 중국 공산당과 마카오 정계에 십 수년 간 발을 들이고 있었습니다. 1990년대엔 미국 백악관과 정가(政街)를 간접적으로 움직인 ‘로비스트’였습니다. 이달 초 불거진 ‘유엔 뇌물 스캔들’의 단초를 제공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응랍셍은 “마카오의 부동산 기업인”이란 사실을 빼면 알려진 게 별로 없습니다.

홍콩 바로 옆 작은 도시 출신 사업가는 어떻게 개인자산만 수조 원에 달하는 대부호가 됐을까요. 돈으로 백악관과 유엔까지 뒤흔든 배경은 무엇일까요.

중국판 포브스로 불리는 ‘후룬리포트’에도 소개되지 않은 마카오 억만장자를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30여년 간 1억배 불어난 ‘종잣돈’ = 응랍셍은 1948년 중국 광둥성에서 태어났습니다. 현지 언론과도 접촉이 별로 없는 탓에 유년 시절은 알려진 바가 거의 없습니다. 다만 중국망(中國網) 등은 그가 “30세(1977∼1978년께)에 가족과 함께 마카오로 이주했다”고 전합니다.

낯선 땅에 온 직후엔 그 또한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응랍셍은 1997년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단돈 2만원(현지가치 기준)으로 생업을 시작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노점상이었죠. 가난에서 벗어난 응랍셍은 의류소매업에 뛰어듭니다. 몫돈을 모아 부동산 개발업체 ‘순 키안 입(新建業)그룹’을 세운 건 1981년이었습니다.

회사는 빠르게 컸습니다.1998년엔 본토 주하이(珠海)와 마카오 간 첫 번째 다리인 1.7㎞ 길이 ‘연화대교’ 공사를 맡았습니다. 이는 중국 정부가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마카오의 본토 반환을 기념한 일종의 ‘전략사업’이었습니다. 계열사도 이미 30개에 달했죠. 

순키안입그룹 로고(위)와 마카오 소재 순키안입그룹 사옥 [출처 = 구글 어스]

응 회장은 1860㎡(구 562평) 규모 나이트클럽을 둔 고급호텔 ‘포츄나(Fortuna)’도 마카오에 갖고 있습니다. 미국 매체 ‘이너시티프레스’는 “이 호텔은 응랍셍의 자산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라고 평했습니다. 

응 회장 소유의 마카오 ‘포츄나’ 호텔 [출처 = 시나블로그]

주택사업도 활발합니다. 최근엔 본토 부동산재벌 황원즈(黃文仔ㆍ자산 13억달러) 스타리버(星河灣)그룹 회장과 손 잡고 ‘윈저 아크(Windsor Arch)’란 단지를 만들었습니다. 마카오 최대규모 고급빌라라고 합니다. 2만㎡(구6050평) 부지에 40여층 아파트 10개동이 섰죠. 현재 분양 대기 중인 이 단지는 3.3㎡당 5900만원(33만위안)에 팔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응 회장과 손 잡고 ‘윈저아크’단지 만든 황원즈 스타리버 회장

베이징ㆍ선전 등에도 부동산을 가진 응 회장 재산규모는 그간 내부인을 빼면 잘 몰랐습니다. 그가 세운 순키안이 비상장 기업인 것도 이유 중 하나였죠.

그러나 이번 유엔 뇌물수수 사건 등을 겪으며 그의 돈주머니가 드러났습니다.

응랍셍 순키안입 회장 소개

미국 사법당국에 따르면 응 회장의 개인자산은 2조350억원(18억달러)입니다. 서른 살 때 갖고있던 2만원이 1억 배 가량 뛴 셈입니다.

월 수입도 282억원(2500만달러)을 넘습니다. 339억원(3000만달러)짜리 자가용 비행기도 갖고 있었습니다.

마카오→ 대륙으로 뻗은 회장님 ‘마당발’ = 응 회장은 1990년대부터 마카오의 ‘유력자’로 등장합니다. 현지 카지노업계를 장악하고 총 73조원(645억달러ㆍ2011년 기준)규모 자산을 쥔 스탠리 호(何鴻燊ㆍ94)가문과도 손 잡습니다.

응 회장은 정치인과도 ‘사업관계’를 맺는데요. 바로 에드문드 호(何厚鏵ㆍ60)입니다. 마카오 토박이인 에드문드 호는 1999∼2009년 간 마카오특별행정구 초대ㆍ2대 행정장관(행정부 최고책임자)이었습니다. 

마카오 ‘카지노 제왕’스탠리 호(왼쪽)와 에드문드 호 마카오 전 행정장관(오른쪽)

응 회장과 동업자 2명은 ‘난완(南灣)발전유한공사’를 세웁니다. 현지 최대 상업용 부동산 사업으로 불리는 난완인공호 관광단지는 그 결과물입니다. 호 장관이 취임한 1999년 완공한 연면적 1.75㎢의 이 단지엔 사업비 2조5000억원(22억달러)이 들어갔습니다.

이 뿐 아닙니다. 그는 1998년 4월 중국 공산당이 지정한 마카오 특별행정구준비위원에 뽑히며 정치권에 직접 발을 들입니다. 아울러 같은 해부터 현재까지 17년 간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정협은 중국 공산당을 돕는 일종의 국정자문기구입니다.

백악관ㆍ유엔까지 미친 ‘돈의 힘’ = 재력을 앞세운 응 회장의 영향력은 미국까지 뻗었습니다. 1990년대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과 민주당 측에 정치자금을 댄 겁니다. 문제는 이 돈이 중국 정부와 연결됐단 점인데요. 이해관계가 얽힌 ‘검은 돈(?)’이었단 것이죠. 소위 ‘차이나커넥션’으로 불린 이 사건은 한동안 미국 정가를 흔들었습니다.

실제 미 상원 정무위원회(현 국토안보 및 정무위원회ㆍSHSGAC)는 1998년 낸 보고서에서 “응랍셍은 1996년 대선운동 당시 민주당 정치자금 모금 핵심인물 찰리 트리에(Charlie Trieㆍ대만계 미국인)를 통해 20만달러를 제공했다”고 적었습니다.

아울러 정무위는 “중국 정부 관련인사 6∼7명이 정치자금을 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는데요. 응 회장의 이름도 여기에 등장합니다.

당시 그가 보내려 했던 자금은 총 100만달러로 확인됐습니다. 이와 관련,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응랍셍이 민주당 측에 700만달러를 보냈다”고 전했습니다.

응 회장의 이같은 로비 활동은 클린턴이 대선에서 처음 이긴 1992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교롭게도 미 당국의 조사가 시작된 1996년부터 2000년까지 그는 미국행을 중단합니다. 

응랍셍 회장과 함께 선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 부부 [출처 =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그러다 최근 응 회장의 ‘로비활동’이 다시 활발해진 정황이 잡혔습니다. 뇌물사건입니다.

6일(현지시각) 미 연방 검찰은 존 애시(61) 유엔총회 전 의장 등을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했는데요. 주요 뇌물 제공자로 응 회장이 들어간 겁니다.

응 회장과 존 애시 전 유엔총회 의장 간 뇌물거래 내역 등을 설명한 상황판

검찰에 따르면 애시 전 의장은 응 회장에게 50만달러 이상의 뇌물을 받고 “마카오에 수십억달러 규모 유엔 콘퍼런스 센터를 지어야 한다”는 문건을 유엔 사무총장에게 냈습니다.

응 회장은 뇌물만 전달한 게 아닙니다. 효과적인 로비를 위해 기타 ‘작업’도 열심히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바로 그가 이끄는 순키안입 그룹이 2013년 유엔 글로벌 콤팩트에 가입했던 겁니다. 이는 ‘지속가능한 발전’실천을 위해 민간기업들이 참여한 유엔 산하 전문기구입니다.

응랍셍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보낸 ‘유엔글로벌콤팩트’ 관련 서한 [출처 = 유엔글로벌콤팩트]

실제 2013년 3월 응랍셍은 순키안입그룹 회장 명의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편지를 한 통 보냈습니다. “유엔글로벌 콤팩트의 원칙을 성실히 지키겠다”고 썼습니다. 무슨 이유에선지 지난 4월 이 서한의 내용은 ’효력상실‘ 판정을 받았습니다.

중요한 건 이같은 로비를 총괄한 ‘순키안입재단’이 뉴욕 유엔본부 근처에 있다는 사실인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 재단은 미등록 상태였습니다. 세금납부기록조차 없었습니다.

종합해 보면, 응 회장은 안방인 마카오에서 쌓은 재력에 기반해 중국 공산당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습니다. 이 신분으로 미 정가와 유엔에 20년 이상 전방위 로비활동을 진행해 온 셈입니다.

검찰조사도 편하게?…40억원 호화 아파트에 ‘갇히다’ = 막강한 재력을 과시해 온 응 회장은 향후 검찰조사를 받을 때도 ‘돈의 힘’을 적극 활용할 기세입니다.

그는 ‘일단은’ 유엔 뇌물 제공 건과 별개로 불법송금때문에 지난 9월 19일 체포됐습니다. 2013년 이후 미국으로 반입한 51억원(450만달러)의 용도와 관련해 미국 세관에 거짓말을 한 혐의입니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응 회장 등이 지난 2010년 이후 미국의 개인과 단체에 모두 215억원(1900만달러) 이상을 송금했으며, 지난해 6월엔 뉴욕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과 만나며 4억5000만원(40만달러)이 든 가방을 가져갔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그런데 응 회장은 유치장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송사를 진행할 것 같습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그는 16일(현지시각) 법원에 보석금 566억원(5000만달러)을 내고 감옥을 벗어나 맨해튼 소재 자신의 호화아파트에 ‘가택연금’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이 집 가격은 41억원(360만달러)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그의 변호사 벤자민 브라프먼은 “내 고객(응랍셍)은 도망가지 않을 것이다. 명예를 되찾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응 회장은 과거 로비 기록에 대해서도 결백함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데요. 이번에도 무죄 판정을 받을 수 있을까요. 세계인의 관심이 노회한 로비스트 출신 부자를 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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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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