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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겉으론 위안화 국제화 명분…속살은 ‘돈줄 확보’안간힘
중국 역외 위안화 국채발행 의미
中정부 경기부양·내수촉진 재원 연결고리
외환보유고 넉넉해 글로벌 투자자에 매력적



중국의 역외 위안화 국채발행의 의미는 표면상 ‘위안화의 국제화’다. 하지만 속 내를 들여보면 중국 경제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난다. 글로벌 자본으로부터 중국 금융시장을 지키고, 기업들에 새로운 돈줄을 마련해 주려는 안간힘이다. 이미 주식시장 ‘버블’을 경험했던 중국은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버블 조짐이 뚜렷하다. 경기부양과 금융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위안화 국제화와 글로벌 자본유치가 절실하다.


위안화 국제화에 한 걸음=중국 정부의 역외 위안화 채권발행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 동안 중국 시중은행들은 꾸준히 해외에서 위안화 채권을 발행해왔다. 이들 은행이 사실상 중국 정부 소유라는 점에서 보면 ‘준(準) 국채’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위안화 국채발행이 아주 새삼스럽지는 않다.

다만 차이는 있다. 그동안 런민은행이 시중은행을 통해 시중에 자금을 풀려면 새로 위안화를 발행하던지, 아니면 외환보유고에 있던 달러를 팔아 위안화로 바꿔야 했다. 화폐발행은 인플레는 물론 급격한 위안화 가치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 외환보유고를 동원해도 역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외환시장의 불안을 키울 수도 있다. 반면 해외에서 위안화를 차입하게 되면 발행과 환전에 따른 부담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아울러 투자자들이 위안화로 중국 국채에 투자한다는 뜻은 위안화에 대한 보유가치를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국이 세계경제와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이미 위안화는 중국과의 무역결제 통화로서는 의미가 있다. 역외 위안화 국채가 활성화되면 금융결제 통화로서도 위안화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 명실상부한 국제결제통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셈이다.

국내 금융시장에 새로운 활력을=중국 정부가 경기부양과 내수를 촉진하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자금을 유치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역외 위안화 채권은 주요한 연결고리다.

중국 정부는 최근 인민은행을 통해 시중은행에 대출을 늘리고 있으며, 특히 대출채권을 담보로 다시 대출을 해주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회사채 금리가 급락(가격급등)했다. 금리는 크게 떨어졌지만, 부도위험이 낮아진 결과가 아니라 빚을 낸 돈을 빚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급증한 까닭이다. 시중은행이나 기업들의 자금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반증이다. 최근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중강집단공사(中國中鋼集團公司·시노스틸)은 부도 직전까지 몰렸다가 정부의 상환유예 중재로 간신히 시간을 벌었다.

에센스증권의 가오 샨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시노스틸이 일단 상환유예 상태지만 만약 부도가 난다면 빚으로 빚을 내는 중국 회사채 시장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취약한 중국 채권시장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는 게 글로벌 자금이다. 중국 증시의 폭락도 기관이나 글로벌 자본의 기반 없이 개인들로만 이뤄진 취약한 수급기반 때문이었다.

중국은 이미 각국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등이 중국 채권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텄다. 또 이번을 계기로 역외 위안화 국채 발행에 계속 성공한다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역외와 역내에 동시에 접근할 수 있다. 특히 역내 채권금리가 역외 채권금리보다 낮아 두 시장간 금리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arbitrage)도 가능할 수 있다.

이번엔 맛배기, 아직 갈 길 멀다=하지만 이번 채권발행 성공은 작은 시작일 뿐이다.

중국 정부의 국제신용등급이 AA급이고, 외환보유고도 아직 넉넉한 편이어서 단 1년만기에 3% 넘는 이자를 지급하는 이번 채권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도 꽤 매력적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주로 거래되는 국채들은 만기가 긴 장기 채권들이다. 중국이 장기채로도 발행에 성공해야 정부와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를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국 경제의 덩치가 커서 국제결제에서 위안화가 필요하다는 점 뿐 아니라, 중국 금융시장이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아닌 시장원리에 의해 움직인다는 확신이 필요하다”면서 “아울러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도 보장이 돼야 역외이건, 역내이건 중국과 위안화에 대한 활발한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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