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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담아미의 문화쌀롱] 거 참 웃기고 있네,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 원작 연극 ‘겨울이야기’ vs 가족음악극 ‘템페스트’ 리뷰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낯설지만 신선하고 우스꽝스럽지만 흥미롭다. 그러나 이야기의 전개는 느닷없고 황당하다. 현재 공연 중인 연극 ‘겨울이야기’와 가족음악극 ‘템페스트’ 이야기다.

셰익스피어 원작에서 출발한 두 작품 속에서 ‘우리가 잘 아는’ 셰익스피어를 찾아내긴 힘들다. 특히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대사 같은, 심각한 셰익스피어 비극을 선호하는 관객들에겐 실망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겨울이야기 공연 장면. [사진제공=국립극단]
템페스트 공연 장면. [사진제공=서울시극단]

‘겨울이야기’와 ‘템페스트’는 모두 셰익스피어(1564-1616) 말년의 작품들이다. 1608~1613년 인생의 희비를 모두 겪은 작가의 달관론이 ‘희비극’이라는 새로운 장르 실험으로 이어졌는데, 대중적인 기호에 좀 더 부합하는 로맨스극이 이 시기 집필됐다.

국립극단의 ‘겨울이야기’와 서울시극단의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첫번째 시리즈 ‘템페스트’ 두 작품은 셰익스피어 원작을 완벽하게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닮았다.

그러나 두 작품의 타깃 연령층은 확연하게 구분된다. 겨울이야기는 만 13세(중학생) 이상 관람가. 템페스트는 만 5세 이상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좀 더 쉽게 구분하자면, 겨울이야기는 어른들을 위한 셰익스피어고, 템페스트는 아이들을 위한 셰익스피어다. 어느 작품이 더 낫다라고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오늘 문화쌀롱은 겨울이야기 리뷰에 치우쳐 있음을 미리 밝혀 둔다. 템페스트에 대한 보다 정확한 관람 후기를 위해 극장을 나오는 몇몇 꼬꼬마들을 취재해 보았으나 “재밌어요”라는 단답형 대답 밖에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기를 맞은 2016년. 두 작품을 시작으로 연극, 뮤지컬, 발레 등 셰익스피어 작품들이 줄줄이 무대에 오른다.

‘겨울이야기’는 1월 10일부터 2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헝가리국립극장 최연소 예술감독 출신으로, 셰익스피어의 현대적 재해석으로 대중적 인기를 모은 로버트 알폴디가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됐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말 먼저 선보였던 ‘템페스트’는 이달 13일부터 31일까지 세종M씨어터에서 앵콜 공연된다. 

겨울이야기 공연 장면. [사진제공=국립극단]

낯설지만 신선한 ‘겨울이야기’=‘겨울이야기’는 1588년 영국 작가 로버트 그린의 ‘판도스토-시간의 승리’를 셰익스피어가 희곡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그린의 원작은 아내의 죽픔을 슬퍼하던 판도스토가 다시 만난 자신의 딸과 사랑에 빠지고, 죄책감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이지만, 셰익스피어 희곡은 화해와 용서로 행복하게 마무리된다.

극의 갈등은 시칠리아의 왕 레온테스의 질투에서 비롯된다. 레온테스는 왕비 헤르미오네가 자신의 친구인 보헤미아의 왕 폴리세네스와 불륜을 저질렀다 의심하고 비극을 초래한다.

16년의 세월을 지나 레온테스 왕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왕비와 자신의 딸 페르디타를 다시 만나게 되고, 페르디타는 폴리세네스의 아들 플로리젤과 결혼하며 ‘느닷없는’ 화해와 용서 분위기 속에서(그것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주도하는!) ‘뻔뻔한’ 해피엔딩을 맞는다.

알폴디가 재해석한 ‘겨울이야기’는 모든 것이 새롭다. 등장 인물들은 모두 현대적인 의상을 입고 있다. 양치기들의 파티 장소는 마치 그래피티로 가득한 뉴욕 슬럼가 뒷골목을 연상케 한다. 번쩍이는 조명은 클럽 분위기를 더한다.

대신 셰익스피어 특유의 은유와 운율 넘치는 희곡 대사만큼은 그대로다. 폴리세네스가 자신의 아들을 ‘무자비하게’ 때리다가 갑자기 “내 아들이라 부를 수 없을 만큼 아주 미천해졌구나. 왕의 지팡이를 버리고 양치기의 지팡이를 택하다니”라고 대사를 내뱉는 식이다.

치정극인가 싶다가 희극으로 급반전되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쫀쫀하게 끌고 가는 건 배우들의 연기다. 레온테스 역을 맡은 손상규는 불안하고 의심많은 ‘의처증 환자’ 역을 소화해낸다.

좀도둑 아우톨리쿠스와 양치기 아들의 코믹 듀오연기는 객석의 폭소를 유발한다. 레온테스의 아들 역을 맡은 열살 짜리 아역배우 배강유의 연기 또한 경탄스럽다.

엔딩 부분에 등장하는 헤르미오네 조각상 설정이 압권이다.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영업 비밀’이라고 했던 이 장치는 기존 연극에서 보기 힘든 극적 효과를 불러 일으킨다. 

템페스트 공연 장면. [사진제공=서울시극단]

▶우스꽝스럽지만 흥미로운 ‘템페스트’=원작 ‘템페스트’는 화해와 용서라는 잠언을 담은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나폴리의 왕 알론조의 배신과 모략에 의해 외딴 섬으로 쫓겨난 밀라노의 대공 프로스페로는 그곳에서 갖게 된 마법의 힘으로 알론조 일행의 배를 난파시키고, 과거를 뉘우친 알론조 왕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퍼디난드와 재회하게 된다. 프로스페로의 딸 미란다와 알론조의 아들 퍼디난드가 사랑에 빠지게 되며, 둘의 사랑이 오랜 갈등을 종식시키고 화해와 용서의 결말을 가져온다는 큰 줄거리는 ‘겨울이야기’와도 닮았다.

서울시극단의 ‘템페스트’는 연출 김한내, 각색 오세혁, 작곡 장한솔ㆍ이선영 등 젊은 창작진이 재기발랄한 음악극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주정뱅이 요리사 스테파노와 그의 조수를 화자로 등장시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음악은 아이들 눈높이에 딱 맞췄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이선영 작곡가가 장한솔 감독과 콤비를 이뤄 ‘쩝쩝송’, ‘부어라 마셔라’, ‘함께 마셔요’ 등 동요 감성의 음악들로 극을 채웠다.

여기에 무대미술가 박상봉, 의상 디자이너 홍문기, 안무가 김경엽의 세련된 감각이 조화를 이루며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가족음악극 ‘템페스트’가 화해와 용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조금 색다르다. 함께 식탁에 둘러 앉아 음식을 나누는 ‘밥상 공동체’를 강조한다. 밥 잘 안 먹는 아이들을 위한 한 편의 교육 동화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다.

이야기 전개는 얼기설기 우스꽝스럽지만, 아이들로 하여금 쉽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셰익스피어를 접할 수 있도록 하기엔 더할 나위 없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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