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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학대 뇌·정서에도 치명적
학대아동 절반 이상이 정신질환등 2차피해…성장후에도 자아부정·사회생활 부적응등 유발


아동학대 사건이 벌어지면 세간의 관심은 아이가 당한 신체적 폭력의 참혹함에 쏠린다. 그러나 학대받은 아동의 마음에 남은 상처는 뇌의 발달마저 저해하고 이후 삶마저 발목을 잡는다.

보건복지부의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아동 학대 사건 1만27건 중 순수 신체적 학대는 1453건이다. 정서학대는 1582건, 방임 1870건으로 나타났고 이같은 정신적 학대와 신체적 학대가 동시에 나타나는 중복학대가 4814건으로 가장 많았다.

신체적 학대든 정신적 학대든 아동학대는 아동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고 정서적 문제를 일으킨다. 지난해 서울시 어린이병원, 강릉 율곡병원정신건강의학과 등이 발표한 ‘아동학대 피해 아동의 정신질환 유병률 조사’ 논문에 따르면 학대를 받은 0~18세 아동의 50.8%가 한가지 이상의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령대 일반 아동의 정신질환 유병률이 8%대임을 감안하면 아동 학대가 정신질환의 주 요인이 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많이 나타난 정신질환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로 학대받은 전체 아동의 23.0%에서 발견됐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의 경우 21.3%, 우울장애와 적대적 반항장애가 각각 16.4%, 품행장애가 8.2%로 나타났다.

학대받은 아동에게서 정신질환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은 학대 경험이 피해 아동의 뇌를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미국 위스콘신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2~4세 때 신체적 학대를 당했던 아이들 경우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감정조절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일반 아동에 비해 발달되지 않았다.

또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팀에 따르면 학대를 받았던 7~13세 어린이들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량이 비정상적으로 높아 우울증의 위험이 더욱 크게 나타났다. 충동조절장애나 학습장애 등을 겪게 되면 이후 학교나 사회에서도 또래나 직장 동료와 어울리기 힘들고 사회에 대한 신뢰 형성이 어려워지면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는 것이 의학계의 지적이다.

피해 아동에게 정신질환이 나타나면 이에 적절히 대처하는 방법을 모르는 부모가 더 심하게 학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아들의 시신을 훼손한 최모(34) 씨 역시 상습적인 체벌을 한 결과 아들이 ADHD 증상을 일으키자 체벌을 좀더 강하게 했다는 진술을 했다.

이들이 학대로 인해 겪는 가장 큰 정서적 문제는 자신의 가치를 부정하게 된다는 점이다. 김현정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과 교수는 “보통 부모들은 학대하는 과정에서 ‘너를 사랑해서 이러는거야’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로서는 자신을 사랑한다는 부모를 부정하면 기댈 곳이 없어지고 결국 자신을 책망하고 스스로를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아동들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자해나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학대 경험은 생애에 걸쳐 자살 위험성을 2~5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학과 교수는 “가까운 친지나 쉼터 등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성장하는 중간에 아동이 믿을 수 있는 안정감있는 어른이 한명 있으면 부모로부터 제공받지 못한 정서적 지지를 회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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