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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대선 레이스 시작 D-2] 흔들리는 민주ㆍ공화 양당 체제… 대선 판도 대격변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미국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인 출발을 앞두고 있지만, 최종 결과는 물론이고 각 당에서 어떤 후보가 선출될 지조차 쉽게 예측할 수 없는 혼전이 나타나고 있다. 기성 정치에 대한 실망으로 정통의 양당인 민주ㆍ공화당 중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파가 대폭 늘어난 데다, 유권자들이 과거에 비해 극단화된 정치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과거 어느 때보다 무당파가 늘어난 상태다. 갤럽이 1만2137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무당파라고 응답한 사람은 2010년대 이후 계속해서 40%를 웃돌고 있다. 갤럽이 이 조사를 시작한 198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민주당 지지 성향이라고 밝힌 사람은 29%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공화당 지지 성향 역시 26%에 불과하다.

미국인의 이 같은 이념 성향 변화는 소모적인 정쟁을 일삼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염증 또는 실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ㆍ공화당 양당 체제는 정치 엘리트 중심의 폐쇄적 구조와 정실주의, 금권 선거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았다. 중산층 이하 계층에서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불만이 커져 있는데, 정치권도 자신들과 유리돼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각각 1828년, 1854년 창당한 민주ㆍ공화당 양당 체제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화당 1위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정치 신인이고, 민주당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위협할 정도로 선전하고 있는 버니 샌더스가 정계 비주류라는 점은 기성 정치권의 위기를 극명하게 반영한다. 각각 공화당과 민주당에서 소속돼 있지만, 트럼프는 종종 무소속 출마를 시사했고, 샌더스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무소속이었을 정도로 자기 정당과 연관성이 깊지 않다. 이들은 기성 정치권과 계속해서 거리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의 경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성 정치인들을 ‘멍청이’라 표현했고, 샌더스도 거대자본의 돈에 좌우되는 워싱턴 정치를 일관되게 비판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은 유권자의 표심을 끌어오는 데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워싱턴 정가에서 보기에 ‘아웃사이더’인 이들이 일으킨 돌풍은 유권자의 민심이 양극화 되어가고 있는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트럼프는 “무슬림 입국 금지”와 같은 인종주의적 발언을 서슴지 않을 정도로 극우적인 성향을 종종 노출한다. 반대로 샌더스는 월스트리트 금융권 개혁, 부자 증세 등 미국 정치 지형상 좌파적인 주장을 하는 골수 사회주의자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판만 해댈 뿐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적하지만, 기성 정치가 대변하지 못한 국민들의 요구를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웃사이더’들의 선전으로 민주ㆍ공화당이 양극으로 벌어지자, 그 중간 지대를 공략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보수와 온건 양면을 갖춘 블룸버그는 성향 표를 끌어모을 수 있다는 평가다. 만약 블룸버그가 출마해 3파전이 전개되면 대선의 향배는 더욱 알기 어렵게 될 전망이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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