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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정희의 부산갈매기] 낮 12시 상판 ‘번쩍’ 영도다리, 오후 두시로 바뀐 이유
교통체증 방지 위해 정오 跳開… 장관 보느라 식당 점심손님 ‘뚝’
영도주민도 점심시간 20~30분 발묶여, 시간 못맞춘 관광객 영도다리 패스
오후 2시로 하자 오전관광 마치고 영도다리로 집결…저녁 관광코스까지 연계



[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 부산의 대표 관광지인 자갈치시장. “어서 오이소, 마 한번마 보고 가이소. 싱싱하다 아입니꺼.”

자갈치 상인 아지매들의 거슬리지 않는 특이한 가락(?)을 비트삼아 흥겹게 해변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영도다리’의 소담스런 아치가 눈앞에 펼쳐졌다. 어느 항구나 마찬가지로 먹을 것을 찾아 사람주위를 ‘빙빙’ 배회하는 갈매기들의 모양은 똑같지만 영도다리와 어울리는 부산갈매기의 비주얼은 유독 잘생겨 보인다.

영도다리가 올라가는 모습. [사진제공=부산시]

“앗! 몇시였더라? 기왕 여기까지 온 거 영도다리 올라가는 것은 보고 가야지!”

열두시였나? 두시였나? 헷갈리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의 검색 도움을 받아 두시로 바뀐 사실을 확인했다. 얼마전까진 열두시 정오였는데 오후 두시로 바뀌었단다. 왜 굳이 시간까지 바꿔가면서 헷갈리게 한거지? 궁금증과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12시였다면 5분후 도개(跳開) 광경을 볼 수 있었을텐데 아직도 2시간이나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왜 그랬을까?

예나 지금이나 부산의 명물로 여겨지는 영도다리. 1934년 11월23일 부산 남포동과 영도 대교동을 잇는 영도다리가 개통됐다. 우리나라에선 처음보는 신기한 광경이 하루 두차례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펼쳐졌다. 바다 위를 지나가는 다리의 반쪽이 번쩍 들린다는 얘기는 도무지 직접 보지 않고서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단다. 지금 같으면 63빌딩이 둘로 쪼개졌다가 다시 합쳐지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당시 개통식에는 도개 모습을 보기 위해 부산에 사는 사람들의 절반인 8만여명이 영도다리 근처에 모였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믿거나 말거나 말이다. 영도다리의 믿을 수 없는 소식은 전국으로 퍼졌고,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아는 일이 됐다. 한국전쟁 당시 남쪽으로 피난을 떠나면서 혹시 서로를 잃어버리게 되면 영도다리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까지 했다. 그만큼 유명한 다리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영도다리는 1966년 8월31일을 마지막으로 도개를 멈췄다. 교통 체증과 상수도 문제가 이유가 됐다. 하루 두 차례 다리를 들어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하며 벌어진 장관도 더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세월의 무게로 노후화된 영도다리는 제 수명을 다하고 철거가 예정됐다. 그러나 부산시민의 노력으로 영도다리는 복원이 결정됐다. 2007년 7월 복원 공사에 들어간 영도다리는 2013년 11월27일 옛 도개 기능을 그대로 간직한 채 재탄생했다.

하루에 한번 낮 12시에 15분간 도개행사가 열렸다. 정오라는 의미도 있고 점심시간이라 교통으로 문제가 되지 않겠다는 뜻에서 도개시간이 정해졌다. 어릴적 추억을 확인하기 위해 전국에서 수십만명의 관람객이 모였고 도개결정은 성공적이었다.

죽어가던 원도심으로 불리던 남포동과 광복동에도 다시금 활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관광객들이 찾아오면서 인근의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 영도 태종대 상권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식당들이 살아나고 물건을 파는 상점들도 호황을 맞았다.

하지만 민원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영도에 사는 사람들이 점심시간에 사람을 만나는 것이 불편해진 것이다. 아예 20~30분 묶여있다보니 사람을 만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영도지역 상인들의 불만도 커졌다. 12시에 영도다리가 들리면서 아예 점심식사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어진 것이다. 도개기능이 고장난 몇달간 오히려 손님이 늘었다고 할 정도였다. 이런 탓에 영도사람들은 ‘영도다리’가 아니라 ‘중구다리’가 맞다고 불만을 표현했다.

보다 더 큰 불만은 어정쩡한 시간 탓에 관광객들이 애를 먹는다는 것이었다. 오전시간 해운대나 동부산으로 관광을 나갔다가 12시에 맞춰 영도다리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 시간을 맞추지 못한 관광객들은 아예 영도다리를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떠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주변 상인들과 관광업계에서는 도개행사를 오후 2시로 늦춰줄 것을 부산시에 요구하게 됐다.

낮 12시 도개행사는 도개관람, 점심식사, 관광으로 이어지는 단순 관광형태였으나, 오후 2시로 변경하면 오전 1차 관광을 마치고 영도다리 주변에서 점심을 먹고 도개를 관람한 후, 또다시 주변지역 관광으로 이어지거나 도개관람 후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용두산공원 등을 관광하다가 저녁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관광형태로 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민원으로 지난해 9월15일부터 영도대교 도개시간은 오후 2시로 변경됐다. 시간 변경 이후 영도지역 상가 매출도 늘어났다. 영도구가 최근 영도대교 주변 상점주 6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매출이 증가했다는 응답이 52%로 절반을 넘었다. 도개시간 변경 이후 방문객도 늘고 특히 관광버스가 증가했다는 응답도 66%를 넘었다. 그렇다고 반대쪽 중구지역 상권도 손님이 줄어들지는 않았다고 한다.

영도대교 도개시간이 오후 2시인 이유는, 영도다리를 마주보고 있는 주민들 사이의 화합과 다함께 잘살자는 상생의 적절한 타이밍이기 때문인 것이다.

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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