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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연한 이야기] ‘일그러진 진주’의 재발견, 바로크오페라
오페라가 탄생한 1600년경부터 J.S. 바흐가 세상을 떠난 1750년까지를 서양음악사에서는 바로크(baroque) 시대라 부른다. 바로크는 원래 경멸과 부정의 의미가 깃든 단어였다. 바로크의 기원이라고 추정되는 두 단어, ‘바로코(baroco)’는 이탈리아어로 장애물을 묘사하는 철학용어이며, ‘바로코(barroco)’는 포르투갈어로 일그러진 진주를 뜻한다. 르네상스의 합리주의와 이성주의에 심취한 신고전주의자들이 당시 진보적이고 반항적으로 들리는 음악을 향해 비난에 가까운 말투로 사용한 단어가 바로크이다. 정확한 어원은 알 수 없으나, 바로크음악이 당시 주류 예술가들 사이에서는 환영받지 못했다는 건 확실하다.

오페라 ‘리날도’ [사진제공=한국오페라단]

하지만 바로크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 비발디, 헨델, 바흐의 음악을 떠올려보면 의아해할 수밖에 없다. 비발디의 ‘사계’를 듣고 비정상적이고, 거칠며, 괴상한 음악이라 생각해본 적 있는가. 오히려 감각적으로 풍요로우며 인간의 정서를 생생하게 표현한 음악이라는 감상이 떠오를 것이다. 마찬가지로 음악의 어머니 헨델과 음악의 아버지 바흐에게 비난의 날을 세울 수 있을까. 바로크음악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후대에 바로크는 찬란한 음악이 꽃피운 황금시대나 다름없다.

국내에서는 바로크음악을 조명하는 기악 중심의 공연은 종종 열려왔으나, 바로크의 시작을 함께한 오페라를 소개하는 공연은 드물었다. 이번 5월은 바로크오페라에 목말라 있던 애호가들에게 반가운 달이 됐다. 국립오페라단은 해외에서도 만나기 힘들만큼 희소성이 높은 비발디 초기 오페라 ‘오를란도 핀토 파쵸’를 국내 최초로 올리고, 한국오페라단은 영화 ‘파리넬리’의 ‘울게 하소서’로 친숙한 헨델의 ‘리날도’를 9년 만에 재공연한다.

바로크오페라는 연주법이나 발성법이 현대의 것과는 차이가 있어 전문가의 참여가 뒷받침돼야 한다. ‘리날도’에서는 바로크시대 대표 악기인 쳄발로가 주요 악기로 사용된다. 한국오페라단 버전은 쳄발리스트 출신 이태리 지휘자가 쳄발로 주자와 함께 악기를 연주하며 화려하고 풍성한 소리를 선사한다. ‘오를란도…’는 현악기와 목관악기 모두 고(古)악기를 사용해 당대에 가까운 음색을 만들고자 한다.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지 않은 희귀한 악기는 수입하고 외국의 전문 연주자가 내한해 원전 연주를 재현한다.

카운터테너(가성으로 소프라노 음역을 구사하는 남성 성악가)가 출연하는 점도 흥미롭다. 바로크오페라가 성행하던 당시 거세된 카스트라토는 폭발적 인기를 구가했지만, 19세기 초 법적으로 금지돼 사라지자, 카운터테너가 그 역할을 이어받았다. ‘오를란도…’에서는 한국인 카운터테너 이동규와 정시만이 무대에 오르고, ‘리날도’에서는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의 세계적인 카운터테너 안토니오 지오반니니가 주인공 리날도를 연기한다. 여성의 음역을 넘나드는 카운터테너의 신비로운 목소리와 함께 300여 년 전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뉴스컬처=송현지 기자/so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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