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은 가습기 살균제로 90일된 갓난아기 민지를 잃고, 아내마저 폐가 굳어진 채 아이를 죽인 죄책감에 자살하면서 홀로 남겨진 아빠의 투쟁기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온 사람은 자신이라는 사실에 더 괴롭지만 꼭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생각에 변호사 한길주를 찾아간다. 한길주는 한 번도 승소해본 적이 없는 변호사. 그가 맡는 사건은 피해자는 존재하는데 가해자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역시 아이가 죽고 아내가 죽고 산소호흡기 없이는 하루도 살지 못하는 장애를 얻지만 가해자는 없다. 가해 기업이나 환경부, 국가기술표준원 등은 책임 회피에 빠져나갈 궁리만 한다.
‘균’은 이 과정을 통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이 죽음을 가능하게 한 한국 사회와 정치, 우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국민들의 무관심으로 사태는 잊혀진다.
민지 아빠는 1년전과 다름없이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며 말한다.
”내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 민지랑 민지 엄마는 잊혀요. 그래서 해요.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해야만 해요.“
작가는 ‘이야기를 시작하며’에서 이 소설은 창작이 아닌 기록이라며, 독자들이 책에 담겨있는 기록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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