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 맛을 아는 데도 이렇게 오랜 세월이 필요했는데 사람 속을 아는 데는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윤세영의 따뜻한 동행/윤세영 지음, 김수진 그림/윤진 |
96세의 아버지의 스무살 청춘은 어땠을까. 누워 계시는 아버지를 위해 딸은 해드릴 게 없어 안타깝지만 한 가지 효도거리를 찾아낸다. 아버지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드리는 것. 여기서 ‘진지하게’가 중요하다. 대체로 자식들은 아버지의 얘기를 듣는 시늉만 한다. “한 얘기 또 한다”고 퉁퉁거리면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거나 딴 생각하며 건성으로 듣곤 하니 말이다. 작가가 눈을 반짝이며 아버지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자, 아버지는 첫 사랑 얘기를 발설하고야 만다.
“한 때 눈부신 스무 살 청년이 아니었던 노인이 어디 있으랴”.
책은 소소한 일상을 담고 있지만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이야기 60편으로 꽉 채워져 있다. 따뜻한 시선과 편하고 자연스러운 글이 조화롭고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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