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작가가 동명이인?…‘피터 도이그’ 위작 사건을 아시나요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이우환 위작 사건이 소송으로 비화한 가운데, 미국에서도 유명 화가 작품의 진위를 놓고 법정공방이 벌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소장자는 진품이라고 하는데, 작가는 위작이라고 주장하는 사건이다.

보통 위작 시비가 일어도 작가가 아닌 감정 전문가나 딜러를 상대로 법정 공방이 펼쳐지는 데 반해, 이번 사건은 소장자가 직접 작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라 이례적이다. 뉴욕타임즈 등 현지 언론들은 “작가가 위작임을 증명해야 한다”며 이 사건을 앞다퉈 보도했다. 

법정 소송으로 비화한 피터 도이그의 풍경화.

주인공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풍경화가 피터 도이그(Peter Doigㆍ57)다.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작품 한 점당 1000만달러 이상 고가에 거래되는 작가다. 기괴하고 으스스한 분위기의 비현실적인 풍경 묘사로 유명한 도이그는 현재 세계 미술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 중 한 명으로, 지난해 크리스티 경매에서 그의 1990년작 풍경화 '늪에 빠진(Swamped)'이 약 2500만달러에 낙찰되기도 했다.

소송을 제기한 건 도이그의 그림을 갖고 있었던 한 소장자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위치한 선더베이 교도소(the Thunder Bay Correctional Center)의 전직 간수 출신인 로버트 플레처(Robert Fletcherㆍ62)가 도이그의 풍경화 1점을 갖고 있었는데, 정작 작가인 피터 도이그가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플레처가 피터 도이그의 그림을 소장하게 된 건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캐나다에서 10대를 보냈던 도이그가 1975~1976년 마약류인 LSD를 복용해 교도소에 오게 됐고, 그의 가석방과 구직 활동 등을 도왔던 플레처는 도이그가 그림 판 돈으로 다시 약물에 손 댈 것을 우려해 그의 그림을 100달러를 주고 구입했다.

이 그림이 유명 화가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약 5년전 쯤이다. 플레처의 한 친구가 그의 집에 걸린 도이그의 그림을 보고 유명한 화가의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준 것. 이후 플레처는 이 그림을 시카고에 있는 한 갤러리에 보냈고, 갤러리 운영자인 피터 바틀러우(Peter Bartlow)가 다시 그림을 경매에 내놓게 됐다.

플레처와 바틀러우 두 사람은 이 그림의 소장 경로가 확실하고, 도이그의 진품들과도 상당 부분 유사성을 갖고 있다며 진품임을 확신하고 있다. 이들은 작가의 LSD 복용 전력을 들어 그가 자신의 과거 작품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작가의 위작 주장 때문에 최소 500만달러의 재산상 손해를 입게 됐다며 도이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도이그는 영국에서 학교를 다니기 전 캐나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건 맞지만, 1975~1976년에는 토론토에서 살고 있었고, 선더베이 지역으로는 가 본 적도 없으며, 심지어 교도소에 감금된 사실조차 없었다고 강력 주장하고 있다.

특히 도이그는 그림 오른쪽 하단에 ‘Peter Doige 76’이라는 서명이 적혀 있는 것을 들어, ‘Doig’라는 서명을 쓰는 자신과는 다른 동명이인일 가능성 있다고 주장했다. 도이그와 그의 변호사는 2012년에 사망한 피터 에드워드 도이그(Peter Edward Doige)가 그림을 그린 진짜 작가라고 제시했다.

문제는 작가인 피터 도이그의 교도소 수감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온타리오 당국은 1985년 이후 기록만 남아 있으며, 이전 기록을 찾기 위해서는 향후 시일이 더 걸릴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플레처와 바틀러우는 기록이 지워졌거나 유실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조차도 그림의 진위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이 그림의 이미지를 본 소더비 스페셜리스트는 “보기 드문 도이그 초기작으로, 도이그 그림의 특색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법정에 제출한 의견서에는 “직접 그림을 본 적이 없으며, 진위를 확신할 수 없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amig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