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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재난영화의 흥행
‘부산행’과 ‘터널’ 등 재난영화들의 흥행세가 좋다. ‘부산행’은 개봉 20일만에 1000만 관객을 넘겼고 ‘터널’은 지금 가장 잘 나가는 영화다. ‘괴물’과 ‘해운대’ 등 1000만 관객을 넘긴 역대급 재난영화들도 여름에 나왔다. 무더위에 스펙타클한 영상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감안됐다. 하지만 요즘 흥행하는 재난영화들은 엄청난 스케일도 아니고 별로 스펙타클하지도 않다. 

‘부산행’에 나오는 좀비들은 서양 좀비에 비해 훨씬 빨라 다이나믹한 좀비액션을 담기는 해도 스케일이 크지는 않다. 폐쇄적인 터널에 갇힌 사람의 구출기인 ‘터널’은 장면이 답답하기까지 하다. 

이들 재난 영화들의 흥행은 국민정서와 닿아있다. ‘재해와 재난은 언제건 닥쳐올 수 있다’는 점과 ‘재난을 당해도 합리적으로 구출이 안된다’는 두 가지 점을 건드린다. 

특히 후자에 더 큰 방점이 찍힌 듯하다. 이 부분은 90년대에도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성수대교가 붕괴되는등 큰 재난을 경험했지만,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등을 통해 정부등 공적 기구의 재난구조 작업이 얼마나 한심했고 무기력했는가를 경험하면서 더 크게 다가온 것이다. 재난 자체보다는 위기 관리 매뉴얼과 컨트롤 타워의 부재에서 오는 불신이 더 컸다는 얘기다. 

‘부산행’의 그 좁은 KTX안은 갈등과 모순이 횡행하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처럼 느껴질 정도다. ‘터널’에도 갇힌 사람보다 경제적 논리가 더 중요한 공직자와 구조보다 보도에 더 신경쓰는 언론, 재난 현장에서 기념사진이나 찍고 있는 공무원들의 모습이 나온다. 


두 영화에는 재난이 일어나면 당연히 등장하는 클리셰 외에도 구조작업이 무능하고 그래서 개인이 스스로 안전을 해결할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담겨있어 더 씁쓸하게 느껴진다. 

‘절대 현혹되지 마라’라는 영화 ‘곡성’의 대사가 재난영화에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다.

서병기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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