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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대선 ‘퍼블릭 서번트’ 징크스
-潘이어 黃도 불출마
-정통 관료 출신은 본선에도 못 올라
-권력의지ㆍ정치세력화 능력 부족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 한국 대선에서 관료 출신 후보는 결국 살아남지 못하는 것인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5일 대선 불출마 뜻을 밝혔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정운찬 전 총리에 이어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됐던 또 다른 고위관료출신 인사가 대권도전을 포기한 것이다. 1992년 이수성 전 총리와 조순 전 부총리로부터 시작돼 2007년 고건ㆍ정운찬 전 총리 등으로 내려온 ‘퍼블릭 서번트’(public servant, 공복公僕ㆍ공무원) 징크스가 이번 대선에서도 재현된 셈이다. ‘퍼블릭 서번트 징크스’란 비(非)정치인인 정통 고위 관료 출신 인사가 유력 대선 주자로 거론되다가 끝내는 본선에도 오르지 못하고 출마를 포기하는 현상을 이른다. 

[그래픽디자인=이은경/pony713@heraldcorp.com]

실제로 대통령 직선제가 된 1987년 개헌 이후 배출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등 6명의 전 대통령은 예외없이 정당활동과 국회의원을 거쳐 최고 권좌에 올랐다. 정통관료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정당활동 경험이 없는 고위 관료 출신 인사들은 한때 ‘대망론’의 주인공이었다가 정작 본선 링에도 오르지 못하고 중도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수성 전 총리, 조순 전 부총리가 그랬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고건 전 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까지 거치며 한때 압도적인 여론 지지를 받기도 했으나 결국 대권의 꿈을 접었다. 이번 대선에서도 벌써 외교관 출신인 반 전 총장과 정운찬 전 총리, 그리고 검사 출신인 황 대행이 출마를 포기했다. 이들과 달리 선출직인 박원순 서울시장도 중도포기했다. 정치권에선 박 시장이 본격적인 정당ㆍ의회활동이 없고 이로 인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조직력의 한계가 있었다는 것을 원인으로 꼽는다.

정치전문가들은 ‘퍼플릭 서번트 징크스’가 특히 국내 정치환경의 특수성으로 ▷권력의지 부족이라는 주체적 요인 ▷경험ㆍ조직ㆍ자금력 한계로 인한 정치세력화 문제 ▷강한 리더십을 원하는 국민적 요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픽디자인=이은경/pony713@heraldcorp.com]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정치학)는 16일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한 권력의지가 필수적”이라며 “학자ㆍ관료 출신은 정치인에 비해 크기와 강도에서 권력의지가 부족하다”고 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한국 정치의 유별난 특징”이라며 “무엇보다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되려면 폭풍우 같은 내우 외환을 헤쳐나가는 돌파력이 요구되는데 관료출신은 이에 취약하다”고 했다. “난관을 돌파하려는 투지와 배짱이 정당출신 정치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고도 했다.

자신만의 비전으로 사람과 돈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정치세력화 능력’의 한계도 빼놓을 수 없다. 이 교수는 “관직생활은 이미 만든 조직의 틀과 예산의 범위 안에서의 활동”이라며 “그러나 정치세력화는 스스로의 정치적 전망으로 조직을 만들고 장악하는 것”이라고 했다. 반 전 총장의 중도포기에 대해서도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이 조직과 자금의 한계였다.

국민이 요구하는 리더십 평가에서도 관료출신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공통적이다. 최 원장은 “이번 대선만 보더라도 험난한 선거판”이라며 “남북 분단 상황까지 안팎의 정치환경이 강한 리더십을 요구하는데 관료출신은 불리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관료로서의 삶은 관료 사회에 제한돼 대국민 접촉에서 한계가 있다”며 “국민과 소통하고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줄 여지가 적다”고 했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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